[오이스가] 백조

2016. 10. 9. 22:35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 http://shmm.tistory.com/85 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잘생긴 얼굴. 여자들에게 매너좋은. 왠만한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훌륭한 실력. 천재 세터. 누구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서브.

모두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TV, 잡지 모두 그를 훌륭한, 대단한 선수로 그렇게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가와라도 어찌보면, 편견이라고 불릴만한 것을 그에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와 경기했을 때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만 했다,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편견을 굳히기도 했다.

 그렇기때문에 어찌보면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그가 굳이, 자신에게 패배한 스가와라에게, 그것도 본인이 직접 학교로 찾아와서 연락처를 물어온 것은 어찌보면 알 수 없고, 정말로 의아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어, 여보세요. ‥‥오이카와?"

 [스가쨩, 내일 시간 괜찮아?]

 

 어색한 어투. 그답지 않은 조금 긴장한 어조. 스가와라는 본인이 그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지금 이 현실이 꿈같이 느껴졌다.

 그는 매번 그랬다. 굳이 스가와라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오이카와쪽에서 늘 먼저 연락이 왔다. 가벼운 인사부터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묻기도 하고, 주말엔 무엇을 하냐고 묻기도 하고, 정말로 친구가 된 것마냥 사소하고 가벼운 대화를 하기 일쑤였다. 그것이 벌써 1주하고도 반이 흘렀다. 1주반동안 꾸준히 그런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는 연락을 하고 있었다. 대체 나와 연락해서 얻는게 뭐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벼운. 하지만 스가와라는 그걸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다. 그가 직접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부전화인가? 하고 생각했던 스가와라가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왜? 그 한마디가 끝나자 잠시 침묵이 일었다. 오이카와가 침묵하고 있는 3초가 굉장히 길다고 느껴졌다.

 

  [그냥. 음, 만났으면 좋겠어.]

  "‥왜?"

 

 똑같은 질문을 두번째 하는 것이었지만 스가와라는 정말로 궁금했다. 같은 질문을 한다는 자각도 없이, 그저 순수한 의문이었다. 시간이 있냐고 물어본 것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것도. 그저 정말로 궁금해서.

 

 '…내가, 스가쨩이랑 연락하고 싶어서.'

 '뭐?'

 '스가쨩한테 관심 있어. 오이카와씨가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이와쨩같이 우정을 키우고 싶은 건 아냐. 근데 스가쨩이 마음에 들어. 그냥, 계속 만나고 싶어.'

 '……난, 이해가… 아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그냥 오이카와씨가 그러면 그런 거야. 내가 직접 번호를 받으러 오는 거 처음이라고? 그러니까, 스가쨩 번호, 줘.'

 

 분명 처음 번호를 가져갈 때 그렇게 말했다. 관심이 있다. 하지만 우정을 키우고 싶은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그가 원하는 것이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계속 만나고 싶다고 했으면서, 정작 만나자고 한번도 안그랬으면서!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스가와라도 알 수 있었다. 실력이 대등한 것도 아니고 본인은 경기때 잠깐 나왔다가, 들어간 그저 예비멤버였을 뿐인데.

 

 [‥그냥. 사실 오이카와씨도 잘 모르겠어. 근데 그냥 봤으면 좋겠어.]

 

 또 다시 3초의 침묵.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러운 어조로 그가 대답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조심스러운 걸까. 스가와라는 의문이 하나 더 늘었다.

 

 "여태껏 만나자고 한번도 말한 적 없었잖아? 처음엔 계속 만나고 싶다고 했으면서."

 [아, 그건, 그 땐 오이카와씨도 그렇고, 스가쨩도 바빴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리고‥‥]

 "그리고?"

 [‥‥우리팀한테 진 이후라, 나랑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았어.]

 

 아. 이걸 배려라고 하는건가? 스가와라는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내뱉어 물을 뻔했다. 지금 나를 배려해준거냐고.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어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오이카와가 스가와라 코우시를 배려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 수 있었으니까.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스가와라는 어쩐지 웃음이 났다. 하지않아도 될 배려를 해줬다는 것은 어찌보면 기분 나쁘지만, 또 어찌보면 기분이 좋았으니까.

 

 "좋아."

 [‥‥뭐?]

 "내일 만나자고. 오이카와."

 [그, 래. 응. 그래! 스가쨩은 어디가 괜찮아?]

 "내가 갈게. 네 학교로."

 [뭐?]

 

 어쩐지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왜인지 또 다시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내일은 학교가 쉬는 날이었다. 굳이 오이카와를 학교로 부를 이유도 없었고, 시간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스가와라 본인도 아오바죠사이라는 학교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겠다고 했는데 오이카와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스가와라가 웃음끼가 담긴 목소리로 내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갈게. 몇시에 끝나? 하고 물었다.

 

 

 

 

 

 ***

 아오바죠사이라는 학교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제법 괜찮은 학교였다. 시간을 보니 오이카와가 끝나려면 15분정도 남아있었다. 너무 일찍 왔나.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학교안으로 들어섰다. 카라스노 교복을 입지 않고, 가벼운 사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그렇기 때문인지 누구도 스가와라를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스가와라는 자연스럽게 체육관으로 보이는 건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한번 더!"

 

 열린 체육관의 문틈사이로 들려오는 소리는 제법 컸다. 여기도 우리학교랑 다를 바가 없구나. 그런 가벼운 생각을 하며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거리를 두고 체육관 안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선 역시나 배구팀들이 연습중이었고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중엔 당연히 오이카와 토오루도 있었다.

 

 ─왠만한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

 ─천재 세터

 ─누구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서브.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 그가 경기할 때마다 따라붙는 수식어들은 스가와라에게 편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실력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겪었으니까 편견이 굳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미안, 점프가 너무 낮았어. 다시!"

 

 연습을 하고 있는 그는, 천재, 세터라고 말할 수 있는가?

 

 "미안, 다시하자. 다시!"

 

 몇번째 사과를 하고, 다시를 외치는 걸까.

 스가와라는 계속 해서 그를 눈으로 쫓았다. 하염없이 그를 보고, 또 보았다. 염탐도, 공부도 아닌 그저 순수하게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스가와라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오만한 그런 천재 세터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힘들게 발버둥치고 있었다. 너는, 그래. 오이카와, 너는‥

 

 

 ***

 "스가쨩!"

 "‥‥"

 "미안해. 오래 기다렸어? 연습이 늦게 끝나버려서. 먼저 보자고 해놓고 늦어서 정말 미안해. 화났어?"

 "오이카와."

 

 바닥을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오이카와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한 표정으로 스가와라를 내려다보던 오이카와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져 마치 정말로 큰 잘못을 한 사람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을 부르는 스가와라를 보며 오이카와는 그저 입을 다물고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

 "정말로, 백조같아. 응. 백조."

 "뭐?"

 

 예상치 못한 말. 그렇기에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바보같은 표정으로 되묻고 말았다. 스가와라가 무어라 말해도 미안하다고, 사과할 예정이었다. 먼저 만나자고 했으면서 늦은건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스가와라가 내뱉은 말은 정말 의외의 것이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그저 자신의 말이 뿌듯한지 작게 웃어보였다. 아, 상쾌한 미소다.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백조같아. 그냥, 내가 보기에 그랬어. 너는."

 "어, 칭찬이야? 칭찬인거야?"

 

 스가와라는 그저 웃어보였다.

 아까까지 스가와라가 오이카와의 모습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백조. 그는 한마리의 백조같았다. 백조는 물 위에선 누구보다 아름답고, 어찌보면 화려하고 우아하기까지 하지만, 물 밑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물장구를 치는 새였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 뒤에 누구보다 열심히,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발버둥을 백조를 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꼭 오이카와를 닮았다고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누구보다 화려했고,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만하고, 또 자신만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물 위에 떠있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에서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물장구를 계속해서.

 하지만 그것을 오이카와에게 내비추고 싶진 않았다. 그저 백조같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뜻을 일일히 설명해주고 싶진 않았다. 작은 심술이라고, 그렇게 쳐둘까. 계속해서 무슨 뜻이야, 스가쨩? 응? 칭찬이야? 하고 묻는 그를 보며 스가와라는 그저 상쾌하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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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방에서 급하게 썼는데.. 퇴고........인지 아닌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수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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