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먹구름

2016. 10. 16. 23:29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집착소재주의





 “오이카와, 스가와라는 좀 괜찮대? 언제쯤 온대? 혹시 알아?”

 “응? 그걸 왜 오이카와씨한테 물어?”

 “그야, 네가 스가와라랑 제일 친하니까 혹시나 해서. 연락도 안 되고, 이제 곧 시험이니까. 과대로서 전달사항도 좀 있어서.”


 내가 전달해줄게. 휴대폰은 고장났다나봐. 오이카와가 대답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답하듯 과대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오이카와에게 이런저런 전달사항을 알려주었다. 과대의 입장으로선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고등학교도 아니고, 대학교에서 굳이 많이 친하지도 않은 학생들을 과대라는 이름으로 챙기기엔 너무 버겁고 번거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오이카와의 내가 전달해줄게. 라는 말은 과대로서 매우 반가웠다.

마지막 전달사항까지 전부 전달한 과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 그런 뒷모습을 오이카와는 한참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어딘지 뒤틀려 보이는 미소가 띄워져있었다.



 ***

 “스가쨩, 나왔어!”

 “…오이카와, 왔어?”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한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을 반기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오이카와는 코트와 가방은 적당히 벗어둔채 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거의 방의 반을 채울 정도로 큰 욕조가 있었고, 그 앞에는 한 사람이 테이블을 잡고 조금 위태롭게 서있었다. 젖은 듯 한 회색빛 머리는 바닥으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시선을 오롯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오이카와를 향했다.


 “스가쨩, 위험하게 왜 나왔어. 그냥 들어가 있으라니까.”

 “네가 올 시간이니까. 게다가 계속 물속에 있으면 걷는 감각도 잊어버릴걸? 지금도 걷는 거 엄청 어색하잖아.”


 스가와라가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오이카와가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자 조금 위태로워 보이는 걸음걸이로 한발자국씩 오이카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오이카와? 하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제야 답하듯 스가와라에게 다가가 그의 입술에 작게 입 맞추었다. 가볍고도 달콤한 베이비키스에 스가와라가 빙긋, 웃어보였다.

 스가와라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를 만난건 막 대학에 들어갈 무렵, 바닷가에서였다. 집에서 바닷가가 제법 가까웠기에 오이카와는 늦은 밤에도 바닷가로 산책을 나올 수 있었다. 멍하니 모래사장을 걷고 있던 도중, 누군가가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이 밤중에 누가 수영을 해? 하는 의아함을 가지고 조금 다가가자 그것이 낯익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가와라 코우시. 고등학교 때부터 그가 짝사랑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인 것을 알자 오이카와는 발걸음은 뗄 수 없었다. 조금 더,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의지가 그를 잡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자니 어딘가 이상했다. 눈에 보여야할 사람의 두 다리가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마치 인어같은 길고 아름다운 지느러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오이카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가와라가 인간이 아니라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어인 스가와라의 모습조차도 아름다워 오이카와는 넋을 놓고 말았다. 달빛에 빛나는 스가와라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을 만큼.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런 모습은 나 혼자 알고 싶어. 그런 욕심들이 발밑에서부터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혼자서 억지로 눌러대던 마음이 터져버린듯 그의 배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자 저도 모르게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그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숨어있던 오이카와는 자신의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어두고, 수영을 마친 듯 천천히 두 다리로 걸어 나오는 스가와라에게 다가갔다.


 “걷는 감각을 꼭 기억해야해?”


 영원히 잊어버리고 여기에만 있으면 좋을 텐데. 속마음을 그렇게 삼켜두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스가와라를 끌어안았다. 그의 허리를 꽉 안고 있던 스가와라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떼를 쓰는 것 같은 어조에 스가와라는 미소를 지으며 조금 까치발을 들었다. 오이카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대고 잠시 후에 떨어졌다. 그의 입술에서는 바닷가의 짭조름한 향이 났다.


 “왜 그래, 오이카와.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 일도. 그냥, 스가쨩이 이대로 나 버리면 어떡하나해서.”

 “그게 뭐야.”


 작게 소리 내어 웃은 스가와라가 그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일반 사람보다 조금 낮은 체온이었지만 오이카와에게 있어선 누구보다도, 그 어떤 것보다도 뜨거운 체온이었다. 이 체온을 영원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영원히 스가와라가 자신의 품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힘을 주어 그를 안았다.


 “스가쨩. 진짜 나 두고 가버리면 안돼? 나는, 인어가 아니란 말이야.”

 “응. 알아. 나도 알아.”

 “그건 오이카와씨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어. 안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바다로 도망쳐버리면 안돼.”

 “…우리 오이카와, 왜 그러는 걸까? 정말로 어디 안 간다니까.”


 스가와라가 오이카와의 뒷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쓰다듬에 오이카와는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미치도록 불안한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했다.

 오늘, 학교에서 타인이 스가와라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조금 불안했었다. 이대로 스가와라를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던 오이카와로선 타인의 관심이 굉장히 불쾌할 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이 곧 스가와라에게 닿으면, 그래서 스가와라가 자꾸 두 다리를 일으키면, 그래서 자신의 품을 빠져나간다고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타인의 관심을 막고 있었지만, 역시나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를 보니 조금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아니, 숨어버린 건가?


 “응. 알아. 그냥. 아, 스가쨩. 이제 곧 비올 것 같은데 누워있을래? 아니면 소파에 앉을까?”

 “아, 어쩐지… 다리에 힘이 더 안 들어가더라고. 오이카와가 안 누울거면 나도 안 누울래.”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답하는 스가와라를 보며 오이카와가 대답하듯 그를 번쩍 안아들었다. 같이 눕자.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슬쩍 바라본 창 밖에는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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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라고해서, 먹구름 이라는 주제로 써보았습니다.

인간 오이카와와 인어 스가와라라는 설정입니다.

뭔가 엄청 어둡고 끈적이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여기서 더 어둡게 갔다간

전체이용가가 아니게될까봐..... 프롤로그 정도로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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