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케이크버스AU

2016. 11. 5. 20:43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오이스가 전력60분

*케이스버스 소재주의







 눈 앞에 펼쳐진 맛있어보이는 식사들은 누가봐도 군침을 돌게 하기엔 충분했다. 예쁜 빛깔을 뽐내는 초밥들, 신선해보이는 회, 적당히 진해보이는 된장국, 그리고 그 외 다양한 진수성찬들. 하지만 이 앞에서 오이카와는 결국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이래서 내가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겉으론 그저 찌푸린 것을 숨기고 웃어보이며 적당히 장단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오이카와가 속한 배구팀의 대회 우승날이었다. 상금은 두둑했고, 회식을 하자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 앞에서 오이카와는 집에 가겠다며 사양했지만, 그는 주장이었기에 거절을 기각당한채 끌려오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팀원들, 감독님, 코치들 등 많은 사람들이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진수성찬이 눈 앞에 보이니 한껏 들떠 그야말로 축제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만큼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또 다시 이런 것들을 입에 넣어야 한다니. 배가 매우 고프지 않은 이상 억지로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분위기를 맞춰야한다는 이유로 이런 것들을 입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은 오이카와로선 꽤나 고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옆에서 왜 안 먹어? 하고 묻는 동료들 때문에 결국 그는 억지로 초밥하나를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입 안에서 느껴져야 할 것은 당연히 싱싱한 회의 맛과 알싸한 와사비의 맛임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회는 그저 물렁물렁한 덩어리였으며, 와사비의 알싸함도 느껴지지 않았고, 밥은 단순히 조금 쫀득한 알갱이들이 뭉쳐져 있는 것들일 뿐이었다. 결국 오이카와는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입맛이 아예 사라졌다.


 “미안해. 오이카와씨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야겠어.”


 피곤해보이는 표정이 지어보이자 팀원들은 그를 보는둥 마는둥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운 분위기도 있고, 오이카와의 표정도 꽤 피곤해보이니 잡기가 어려울 것이었다. 푹 쉬라는 감독과 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오이카와는 빠르게 식당을 빠져나왔다.

 식당에 들어갈 때만 해도 노을이 지고 있던 하늘은 어느새 깜깜한 어둠을 깔고 있었다. 온도가 낮아졌는지 조금 서늘하기까지 했다. 오이카와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오이카와? 벌써 끝났어? 회식있는 줄 알았는데?]

 “스-가-쨩! 피곤해서 그냥 나와버렸어. 그리고 스가쨩도 보고 싶구.”

 [말은 참 잘하네. 들어가는 길이야?]

 “응. 스가쨩네로 들어가는 길이지?”

 [무슨 소리야, 오이카와. 너 피곤하다며. 들어가서 자야지.]


 웃음이 섞인 목소리는 들어가서 자라고 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어쩐지 조금 설득력이 부족했다. 스가와라도 내심 기쁜 것이다. 오이카와는 알 수 있었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가 자신에게 오는 것이 기쁘다는 것을.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스가쨩 볼 체력은 있다구? 이제 거의 다왔어, 내려와.”

 [알았어, 기다려.]


 스가와라의 대답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휴대폰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조금 더 걸어가 스가와라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금 후면 자신을 향해 뛰어올 스가와라를 생각하니 푸슬푸슬 웃음이 나와 좀처럼 표정을 갈무리할 수가 없었다.

 오이카와와 스가와라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사이였다. 그것도 제법 된. 그 인연은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첫눈에 반했던 둘은 시합이 끝나고나서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그들은 연인이 되었고 지금까지 그것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이카와!”

 “스가쨩, 스가쨔앙!”


 스가와라가 저 멀리서 오이카와를 부르며 달려왔다. 덥썩 끌어안기는 조금 쑥쓰러웠는지 그 앞에 멈추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결국 오이카와가 먼저 팔을 벌려 스가와라를 끌어안았다. 말없이 끌려 들어간 스가와라는 천천히 팔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우승 축하해. 고생했어. 하고 따뜻하게 말해오는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어쩐지 취할 것만 같았다. 지금도 충분히 미칠 것 같은데. 오이카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코를 그의 목덜미에 박고 향을 깊게 들이마실뿐.


 “…스가쨩. 상쾌한 향. 박하같기도 하고, 민트같기도한 향이 나.”

 “또 그 소리네. 나 딱히 그런거 바르거나, 쓰는거 없는데.”


 스가와라가 어깨를 들썩일 때마다 다시금 그런 향들이 진동을 했다. 정작 본인은 그런 것을 쓰거나 바르거나 하지 않는다지만 스가와라에게선 그런 향이 났다. 박하같기도 하고, 민트같기도 하고,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같은 그런 향. 그래서, 그래서 자꾸,


 “……배가 고파.”

 “응? 오이카와, 배고파?”

 “아, 아냐. 오이카와씨는 스가쨩이 고파.”

 “또 이상한 소리.”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를 급하게 수습했다. 이러다간 정말 스가와라 앞에서 배고프다는 말만 하게 될 것 같아 조금 무서워졌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와 만나기만 하면 늘 배가 고팠다. 식욕이 없었던 아까 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미친 듯이 배가 고팠다. 스가와라의 회색빛 머리카락을, 뽀얀 하얀 피부를 먹으면 어떤 맛이 날까. 눈물을 핥으면 무슨 향이 날까. 분명 지금 내뿜는 이 향 같은, 이런 맛이 나겠지. 이런 생각들은 머릿속을 빠르게 파고들고, 마치 독처럼 퍼져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주먹을 꽉 쥐었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쥐지 않으면 이 목덜미를 향해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게 될 것만 같았다.


 “스가쨩.”

 “응? 왜, 오이카와.”

 “좋아해.”

 “…뭐야, 새삼스럽게.”

 “그러니까, 아무데도 가면 안돼. 내가 누구라도.”


 내가 설령, 널 사랑하는, 포크라도. 네가 케이크라도. 뒷말을 목안으로 삼키며 안고있던 스가와라를 자신의 몸에서 떨어뜨렸다. 스가와라는 또 이상한 소리한다. 피곤할테니 얼른 가. 하며 빙긋 웃어보였다. 예쁜 사람. 정말로 예쁜 사람. 오이카와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가 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지만 오이카와는 손을 펼 수가 없었다. 연락할게! 환하게 웃으며 등을 돌려, 그제야 주먹을 펴보였다. 주먹은 너무 세게 쥔 나머지 핏망울이 맺혀 있었다. 혹은 조금 피가 난 곳도 있었다. 혀를 조금 내밀어 제 피를 핥았다. 그러나, 역시나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스가쨩의 피는 분명, 달텐데. 다시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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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늦은 전력 입니다ㅠㅠㅠㅠ

그래도 AU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케이스버스가 굉장히 제 취향인 소재라... 한번 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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