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여름

2016. 7. 30. 23:18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훌쩍, 훌쩍.

 —오이카와, 그만 울어. 자꾸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대.

 —하지만….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가 이렇게 손잡고 있잖아. 응? 토오루?

 —응. 알았어, 스가쨩.


 어렸을 때의 우리는 늘 손을 잡고 있었다. 주로 오이카와의 손을 내가 잡아서 가곤 했다. 내가 손을 잡으면 오이카와는 웃으며 따라와 주었고 나는 그것이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더운 여름에도 마찬가지였고, 손에서 땀이 나도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좋았고, 우린 그만큼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스가쨩, 빨리! 빨리 집에 가서 에어컨!

 —오이카와! 좀 천천히 가. 팔 빠지겠어.

 —그치만 너무 더운걸.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알았어, 알았어.


 중학교. 우리는 자연스레 같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3년 동안 같은 반일 수는 없었지만, 늘 같이 등교했고, 같이 하교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손을 잡고 있었다.

 단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잡은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오이카와는 점점 키가 커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있으면 나를 추월할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키가 크면서 힘도 세져 어느새 나를 이끄는 쪽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나는 오이카와에게 이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상관없었다.

 더운 여름, 에어컨을 찾을 정도로 더웠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스가쨩.”

 “아, 오이카와.”

 “늦어. 늦었다구. 이 오이카와씨, 아까부터 기다렸단 말이야.”

 “미안, 친구들이랑 청소하다보니 조금 늦어졌어.”

 “이 더운 여름날 이렇게 기다리는 오이카와씨보다 친구들이 더 중요한 거야?”

 “아냐, 그런 말이 아니야. 미안해. 토오루.”


 오이카와는 내가 토오루라고 부르는 것에 약했다. 화를 내다가도 금방 화가 풀릴 정도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방금까지 화냈으면서 지금도 이렇게, 멋쩍은 듯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으니까.

나는 자연스레 내밀어진 오이카와의 손을 잡았다. 그는 어느새 키가 무럭무럭 자라서 180이 넘어있었다. 이미 나보다 훨씬 컸고, 그래서 손도 나보다 컸다. 내 손도 한 번에 감싸 쥘 정도였다. 나는 오이카와의 손에 감싸인 나의 손을 가만히 보았다.


 “아, 더워. 스가쨩, 덥지 않아? 땀이 엄청 나. 더워, 덥다구.”

 “음. 있잖아.”

 “응?”

 “더우면, 손을 놓을까?”


 나의 질문에 오이카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생각을 하는 건지,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오이카와를 가만히 기다렸다. 잠시 후, 오이카와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생각해보니까 안 더운 것 같아. 음. 안 더워지는 것 같아. 그래도, 바람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아냐. 괜찮아. 손은 안 놔도 돼. …스가쨩, 손, 놓고 싶어?”


 오이카와는 나를 조심스레 내려다보았다. 나도 똑같이 뜸을 들였다. 어쩐지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잠시 후, 고개를 작게 저으며 웃어보였다.


 “음. 아니. 나는 안 놔도 괜찮아. 그렇게 많이 덥지 않아.”

 “그렇지? 좋아. 음. 그래도 실내가 좋겠지? 응. 그래도 햇빛 뜨거우니까 스가쨩이랑 오이카와씨 타겠어. 얼른 가자, 스가쨩.”


 고개를 끄덕이자 오이카와가 내 손을 이끌었다. 나는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덥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햇빛은 뜨거웠고 날씨는 습했다. 더웠다. 사실 엄청 더웠다. 오이카와도 덥지 않다고 한 것은 거짓말일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마에서 땀이 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이대로 계속 잡고 싶었다. 오이카와도 내가 거짓말한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겠지. 우리는 그렇게 암묵적으로 서로의 거짓말을 눈감아주기로 했다. 맞잡은 두 손에서 땀이 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









----------------------------------------------

오이스가 전력!

주제는 여름이었습니다.

'썰썰썰 > 하이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스가] 백조  (0) 2016.10.09
[오이스가쿠로] 목덜미  (0) 2016.09.25
[오이스가] 신기루  (0) 2016.07.10
[오이스가] 손톱  (0) 2016.07.03
[오이스가] 생일  (0) 201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