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쿠로] 목덜미

2016. 9. 25. 23:58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쿠로]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x쿠로오 테츠로





 너는, 참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다.



 “…카와. 오이카와!”

 “으, 응? 왜 그래, 스가쨩?”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네가 예쁘다고 생각했어, 라고 하면 아마 엄청난 반응이겠지. 어쩌면 농담하지 말라며 등짝을 때릴지도 몰라. 오이카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겉으론 말없이 빙긋 웃어보였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니까, 그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하며 다시금 제 할 말을 풀어놓는 스가와라를 오이카와는 반쯤 넋 놓고 보았다. 예쁘다. 예쁘다. 그 생각 외엔 들지 않았다. 10cm. 스가와라와 오이카와의 키 차이였다. 10cm위에서 내려다보는 스가와라의 눈꺼풀도 예뻤고, 콧망울도 예뻤고, 저렇게 쉴 새 없이 조잘대는 입술도 예뻤다. 그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하얀 목덜미도 예뻤다.

 사실, 처음부터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회에서 만나서, 경기를 했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분위기. 혼자서 꽤나 상쾌하고, 상큼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어서 상쾌군이라는 별명도 붙였더랬지. 어쩐지 눈길이 가는 아이. 오이카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다시 만난 스가와라는 여전히 예뻤고, 여전히 그 특유의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래서 제 스스로 스가와라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었다. 스가와라는 처음에 당황하는 듯 하더니, 어느 샌가 그에게 곁을 내어주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제 것인 것 같은 그런 느낌까지 들었다.


 “그래서, 내가 교수님한테 그렇게 말한 거 있지? 음? 오이카와, 듣고 있어?”

 “…아아, 응. 물론이지. 그래. 그 교수님이 잘못한 거잖아. 스가쨩이 또 고생했겠네.”


 스가와라는 분이 안 풀리는지 여전히 씩씩대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예뻐 오이카와는 그의 머리카락을 조금 들어 올려 입 맞추었다. 그와 동시에 스가와라의 걸음도 멈추었다. 고개가 천천히 오이카와가 있는 곳을 향해 돌아갔다.


 “오이카와? 뭐하는 거야?”

 “음, 어… 그냥, 그냥. 수고했다는 의미야.”


 사실은 ‘사모(思慕)’의 의미지만. 오이카와는 그저 웃어보였다. 그러자, 스가와라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이상하네. 나만 몰랐나봐. 스가와라의 말에 오이카와도 따라 고개를 기울였다. 나만 몰랐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게 쿠로오도 내 머리카락에 똑같이 하고, 똑같은 말을 했거든.”

 “…똑같이 했…!”

 “오야, 스가아냐? 오이카와도 있네.”


 낯익은 느긋한 어조에 오이카와도 스가와라도 고개를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쿠로오가 그 둘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마침 잘 됐다. 오이카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 쿠로오. 지금 학교 온 거야?”

 “응. 오후수업이 있어서.”

 “쿠로쨩? 물어볼게 있는데.”

 “그게 대체 뭘까요, 오이카와군?”


 저 느긋한 어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한 말투에 오이카와는 조금 더 기분이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얼굴은 그대로, 평소와 같은 웃음을 띄고 쿠로오에게 물었다.


 “너네, 도쿄에서도 머리카락에 입술을 부비는걸 수고했다는 의미로 쓰는 거야?”

명백한 도발. 그리고 경계. 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빠른 쿠로오가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쿠로오가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아아. 너네도 그런가봐? 오야오야, 이것 참 우연의 일치네. 안 그래, 스가?”

 “응. 그러게. 나만 몰랐나봐. 신기하네.”

 “그럼 말이야. 스가. 이건 알아?”


 다시금 쿠로오가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도발. 아까 오이카와가 저에게 했던 것과 같은, 저건 오이카와를 향한 명백한 도발이었다. 오이카와가 아차, 싶은 순간 조금 더 빨랐던 쿠로오가 스가와라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정확히는 손등이 제 입술에 부딪칠 수 있게.


 “이건, 너랑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라는 거.”


 스가와라의 손등에 쿠로오가 가볍게 입술을 부딪치고 떼었다. 손등의 키스는 ‘구애’. 사랑하는 당신에게 하는 애정표현. 쿠로오에게 끌려가 엉거주춤한 포즈로 손을 들고 있는 스가와라는 그저 놀란 듯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있었다. 뭐야, 쿠로오. 이거 꼭 공주님이 된 것 같잖아. 스가와라가 장난스레 웃었다. 저건,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른척 하는 건지. 오이카와는 속이 끓어오르는 것을 간신히 눌러 내렸다.


 “스가쨩. 곧 수업시작이야. 얼른 가자.”

 

 쿠로오쪽에 가있는 스가와라를 제쪽으로 다시금 잡아당겼다. 쿠로오가 순순히 놓아줄까 싶었는데, 의외로 순순히 손목을 내려놓았다. 스가와라가 제 품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쿠로오에게 다시 눈길을 돌렸다.


 ‘조심해. 고양이는 엄청 재빠른 사냥꾼이거든. 날아가는 새도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언제 네 품안에 있는 까마귀를 낚아챌지 몰라. 낮게 으르렁대며, 경고하고 있었다. 건방진 고양이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오이카와가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스가쨩. 쿠로쨩?”

 “응?”

 “그럼, 이건 뭘 것 같아?”


 여전히 비틀린 웃음을 지은 채로, 오이카와가 고개를 숙였다. 저를 향해 고개를 올리고 있는 스가와라를 향해, 정확히는 그의 목덜미를 향해 자신의 입술을 내렸다. 하지만 눈은 쿠로오를 보고 있었다. 나는 도둑고양이 따위에게 뺏기지 않아.

그의 목덜미에 살짝 입 맞추고 입술을 떼자 스가와라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건, 뭔데?”


 목덜미에 하는 키스의 의미는 ‘집착’. 굳이, 의미를 알지 못해도 쿠로오는 오이카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아, 수업 늦겠어! 스가쨩,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은 비밀이야. 자, 얼른 가자. 얼른!”

 “응? 아, 그래. 쿠로오, 나중에 보자!”

 “둘 다 잘가.”


 스가와라의 등을 밀며 오이카와는 걸음을 옮겼다. 쿠로오는 여전히 웃으며 그 둘을 보고 있었다. 그 둘이 쿠로오의 어깨를 스쳐지나가자 조금 더 웃음이 진해지는 것 같았다. 오야, 이거 만만치 않겠네. 작게 중얼거리며 저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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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에 하는 키스의 의미가 '집착' 이라는게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서로 의미를 담은 키스를 하지만..... 스가와라는... 글쎄요..

스스로는 눈치채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는건지, 모르는건지.. 음..^_^....

아무튼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어쩐지 정신없어 보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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