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백준혁시백 소설본 샘플
시백준혁시백 소설본 '우산' 샘플입니다. —아, 그래. 그 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던 것 같다. 이미 진한 회색빛으로 뒤덮인 하늘에서는 하염없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셔터가 내려져있는 어느 가게 앞에 서있던 그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비에 이미 외투는 반쯤 젖어있었고, 새하얗던 도복바지도 지금의 하늘처럼 짙은 회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에 못을 박은 듯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다. 조금 쌀쌀한 듯 몸을 살짝 떨며 두 손으로 들고 있던 우산손잡이를 오른손에 고쳐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왼팔을 폈다. 앞으로 쭉 내밀자 우산 밖으로 손가락 끝이 튀어나왔다. 우산 밖에 내밀어진 손가락들도 천천히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뿌연 입김이 허공에 흩어졌다. 그가 눈앞에 있는 가게를 보며 선생님, 선..
201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