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손톱

2016. 7. 3. 23:41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스가와라는 늘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설령, 매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이카와가 보기엔 그랬다. 오이카와가 볼 때마다 늘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하나하나 섬세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서 누가 봐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왜 저렇게 열심히 다듬지?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었다. 그저 세터니까 그러는 거겠지. 그러다가 그가 출전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선, 교체할 때를 대비하는 건가? 하지만 이번엔 경기에 출전도 안했잖아.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가와라는 거의 벤치에만 앉아있었다. 자신의 후배인 카게야마가 경기하는 것을 보며, 그 깔끔한 손톱으로 응원하고 또 응원하고, 중간에 멤버들에게 물통을 준다거나, 끝나면 수고했다는 말을 하거나, 정리를 한다거나. 결국 정리한 손톱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게을리 한다거나, 손톱을 기르라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뭘까. 오이카와는 늘 궁금했다.




 ***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스가의 다듬은 손톱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오이카와는 카라스노의 경기를 보러 일찍 왔었다. 그리고 역시나, 스가와라가 손톱을 다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주전선수처럼 그렇게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스가와라는 경기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카라스노가 가볍게 이김으로서, 스가와라가 출전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왜 웃고 있을까. 왜 속상해하지 않을까.


 “스가쨩.”

 “아, 오이카와. 언제 왔어? 경기 봤어?”


 오이카와의 부름에 스가와라가 환하게 웃었다. 그 예쁘게 다듬어진 손, 손가락, 손톱을 흔들며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문득, 그에게 묻고 싶어졌다.

 

 “왜, 손톱을 다듬는 거야?”

 “뭐?”

 “스가쨩은 왜 그렇게 손톱을 다듬냔말이야. 오늘도, 봤어. 스가쨩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예전에도…. 늘, 스가쨩은 손톱을 다듬고 있었단 말이야. 대체, 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오이카와는 자신에게 온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에게 물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렇게 열심히 해? 그냥 묻고 싶었다. 스가와라를 처음 봤을 때도, 그와 연애하기 시작한 뒤에도 묻지 않았던 질문. 마음속에서 생각만 했던 그 질문을 결국, 오이카와는 토해내고 말았다. 오이카와의 질문에 스가와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스가와라가 그를 보며 웃었다. 조금, 슬퍼보였다.


 “음. 그러게. 사실, 내가 출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잘 다듬어봤자, 무용지물이 된 날도 많았고…. 하지만, 음. 토오루. 난 말이야.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나갈 일도 별로 없을 텐데. 하면서, 놓아버리기보단… 나를 필요로 하는, 그 언젠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하고 싶어. 그냥, 그냥 말이야.”

 “…스가쨩.”

 “…난,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냥, 그래.”


 이걸로, 답이 됐을까? 스가와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오이카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의 말이 끝날 때쯤엔 오이카와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었다. 그냥, 울고 싶었다. 그가 너무 안타까웠다. 사랑스러웠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 마음은 오이카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울고 싶은 것을 억지로 누르고 그의 팔을 잡아 당겨 품에 안았다. 오이카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스가와라에게 대답하지 않은 채 그를 품에 안고 그 예쁜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쥐었다.


 “스가쨩. 다음에, 우리가 다시 경기하게 되면, 그땐 꼭 잘 다듬어진 이 예쁜 손으로 토스를 해줬으면 좋겠어.”


울음이 섞인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와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스가와라도 울 것만 같았다. 말없이 그의 가슴팍에 묻혀 등허리를 쓸어내리며 울음을 삼켜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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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짤막하게 쓴 스가른 전력입니다ㅠㅠㅠ

뭘....대체 뭘 쓴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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