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신기루

2016. 7. 10. 22:59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사망소재주의





나는 늘 스가와라 코우시와 함께였다. 그리고, 지금도.



 “오이카와, 연습 끝나고 애들이랑 같이 뭐 먹으러 가자.”

 “아니, 미안해. 오늘은 데이트 있거든!”

 “데이트?”

 “응, 스가쨩이랑 데이트할거야.”


오이카와의 말에 그와 대화를 하던 이와이즈미도, 그것을 지켜보던 마츠카와도, 하나마키도, 그 대답에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보통 때라면 또 연애질이냐? 했을 팀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오이카와는 얼굴에 작은 의아함을 띄웠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오이카와의 말에 그제야 오이카와를 보던 모두가 아, 아, 그래. 하며 끝을 얼버무렸다. 이와이즈미마저 가만히 있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오이카와였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스가와라와의 데이트가 더 중요했다.



 ***


 “스가쨩!”

 “…오이카와.”

 “많이 기다렸지? 연습이 늦게 끝나서 말이야. 애들이 자꾸 한 번 더 하자고해서, 조금 걸렸어.”

 “…괜찮아.”


 스가와라가 오이카와를 보며 빙긋 웃어보였다. 어쩐지 조금 슬퍼 보이는 웃음에 오이카와는 허리를 조금 숙여 그와 눈을 맞추었다. 일직선상에 놓여진 눈높이에 스가와라는 조금 당황했는지 몸을 뒤로 빼며 눈동자를 굴렸지만 오이카와는 허리를 펴지 않았다.


 “스가쨩, 무슨 일 있어?”

 “응? 아냐. 조금 힘들어서 그런가봐.”

 “정말로?”


 스가와라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더 추궁하려다 자신을 보며 다시금 웃어 보이는 그 모습에 결국 오이카와는 허리를 펼 수밖에 없었다. 오이카와, 오늘은 어디 갈 거야? 자신을 향해 물어오는 예쁜 목소리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한 구석으로 밀어두기로 한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보며 따라서 환하게 웃어보였다.


 “음. 스가쨩은 어디가고 싶은데?”

 “난, 오이카와랑 조금 걷고 싶어.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스가와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럼 그러자. 하고 단번에 승낙을 한 오이카와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가와라도 오이카와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하면서 힐끔, 옆을 보니 스가와라가 자신과 조금 떨어져 있었다. 어깨마저 부딪치지 않겠다는 듯 간격을 두고 걷고 있었다. 날이 더운 건 알겠지만, 그래도…


 “스가쨩, 손잡을까?”

 “으, 응?! 아, 아니. 사람들이, 다… 쳐다볼 거야.”

 

 거절의 의사가 나오자 오이카와는 조금 풀이 죽은 듯 어깨를 늘어트렸지만, 스가와라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 듯 했다. 그저, 작은 목소리로 미안. 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와 스킨십을 하길 원했다. 연인으로서, 연인이라면 하는, 그런 것들. 어깨를 감싸 안는다거나, 손을 잡는다거나 그런 것들. 하지만 스가와라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예전엔 그도 자연스레 오이카와에게 스킨십을 하곤 했었다. 오히려 자기가 먼저 손을 잡거나, 뒤에서 안아온다거나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였을까. 그는 그런 것들을 일체 하지 않고 있었다. 오이카와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일까? 남자끼리 스킨십 하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일까? 그런 생각들이 들어 스가와라에게 말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가와라의 대답은 ‘아니.’ 였다. 여전히 자신을 좋아한다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하지만 오이카와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누르고,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도, 문제될 것도 없었다. 여전히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에게 다정했고, 상냥했으며, 예쁘고 따뜻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 스가와라를 보며 오이카와는 다시금 안도했다. 그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


 “오이카와. 오늘은 연습 끝나고 뭐하냐?”

 “당연히 스가쨩이랑 데이트!”

 “……오이카와.”


 약 2주가 흘렀다. 그동안 오이카와는 거의 매일 스가와라와 데이트를 한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먼저 가버리곤 했다. 그에 반해 팀원들은 날이 지날수록 오이카와의 말에 표정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똑같이 스가와라와 데이트를 한다는 오이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다시금 굳은 표정으로 오이카와의 이름을 불렀다. 왜? 하며 물어오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옆엔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도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좋지 않아보이자, 오이카와는 조금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대체, 너희 왜 그래?”

 “오이카와. 대체, 네가 만난다는 스가쨩이, 누구야?”

 “에? 새삼스럽게 왜 그래. 당연히 카라스노의 스가와라 코우시지.”

 “……뭐?”

 “정말로, 카라스노의 스가와라 코우시야?”


 그들의 물음은 마치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더욱 이상함을 느끼며 오이카와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그래. 그 스가와라 코우시. 너네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우리도 같이 가자. 갑작스레 들려오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의 눈은 동그랗게 뜨일 수밖에 없었다. 벙찐 표정에도 이와이즈미는 번복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우리도, 같이 가자고.”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이자 오이카와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는 거야? 하고 묻는 질문에 그저, 인사를 하고 싶어서. 라는 말로 대꾸했다. 오이카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들과 같이 스가와라를 만나기로 했다.


 “스가쨩!”

 “…오이카와.”

 “오늘은 이와쨩이랑, 맛키랑, 맛층이랑 같이 왔어. 내가 스가쨩이랑 데이트한다니까 다들 인사하겠다고 따라온다고 한 거 있지?”

 “오이카와.”

 “기다려봐. 이와쨩.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한번만 봐줘. 스가쨩.”

 “오이카와!”


 옆에서 들리는 이와이즈미의 큰소리에 오이카와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스가쨩도 있는데, 왜 화내고 그래? 라며 쳐다보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표정을 굳히다 못해 구겨버렸다. 그리곤 참지 못하겠는지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의 행동에 손을 들었지만, 결국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쨩?”

 “대체, 대체 스가와라 코우시가 어디있는거야!!”

 “……뭐?”

 “등신카와. 너, 대체 뭘 보고 있는 거냐. 대체 뭘 보고 스가와라 코우시라고 하는 거야.”

 “대체, 이와쨩. 대체, 무슨 말이야?”

 “내 눈엔 스가와라 코우시가 전혀 안보인단, 말이야!”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 답지 않게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며 자신을 보는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굳어있는 그들의 표정에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것 같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주먹을 꽉 쥐고 억지로 웃어보였다.


 “맛키, 맛층. 이와쨩이 뭐라고 하는 거야? 여기 스가쨩이 있는데, 그런 농담하지 마. 그거 실례인거 알잖아.”

 “오이카와. 제발, 그만해.”

 “너네 스가쨩이 얼마나 기분나빠할지 생각해봤어? 그런 농담, 재미없어.”

 “제발, 오이카와 토오루!”

 “스가와라 코우시는 이미 죽었어! 없다고!”


 그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귓가에서 울렸다. 그만하라는 하나마키의 말도, 안타깝다는 듯 한 표정으로 풀네임을 부르는 마츠카와의 말도, 죽었다고 말하는 이와이즈미의 말도. 너무 한꺼번에 들이쳐서 오이카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와쨩.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말하는 거 아냐. 오늘 너네, 좀 이상하다. 스가쨩한테 악감정 있어? 그래도, 그래도 사람 앞에서 그러는 거 아니잖아.”


 여전히 멱살이 잡힌 채로, 오이카와는 말했다. 이젠 그의 얼굴에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굳힌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이카와. 네가, 스가와라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거, 그만큼 가슴 아파 한다는 거 우리도 알아. 한 달 전에, 네가 죽을 만큼 울고, 슬퍼하던 거 우리도 안다고.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건, 이건 아냐.”

 “너희, 자꾸 이러면 나 진짜 화낼 거야. 스가쨩은, 여기…!”


 오이카와는 그 순간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스가와라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팔을 뻗어 그를 끌어당기려는 순간 스가와라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오이카와의 팔만이 떠있을 뿐이었다.

 한 달. 약 한 달 전이었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된 것은. 오이카와와 스가와라는 연인이었다. 언제부턴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마음을 표현하고, 연애를 시작했다. 실로 꿈같은 순간이었다. 이만큼 행복해도 되는 걸까. 죽어도 좋다고 오이카와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을 향하는 예쁜 웃음도, 다정함도, 상냥함도, 예쁜 목소리도 너무나 좋아서,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평생 스가와라와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길게 가지 못했다. 한 달 전. 연습이 끝나고 만나기로 했었던 날이었다. 그날은 비가 왔고, 그 때문에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스가와라는 뛰었던 것 같았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 우산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뛰고 있었다.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차와, 부딪쳤다고 했다. 오이카와는 그 순간을 보지 못했다. 그도 연습이 늦게 끝나 시간에 늦은 참이었다. 스가와라보다 더 늦게 가고 있었던 오이카와는, 다이치의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달려간 병원에서, 그의 마지막을 보았다.

 오이카와는 울고 또 울었다. 연습조차 나가지 않고 스가와라의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의 장례식장에서도, 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계속해서 울었다. 너무 울어서 탈진할 정도로 슬퍼하던 그는, 약 일주일쯤 지나자 멀쩡한 얼굴로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와 똑같이 웃고, 떠들고, 배구연습을 했다. 이와이즈미도, 하나마키도, 마츠카와도, 그 팀원들도 그가 스가와라를 겨우 잊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생각이 틀렸어. 네가 스가와라랑 데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스가쨩, 없어. 어디, 갔어?”

 “스가와라는, 이미 없어. 한 달 전에, 죽었다고. 여기서. 네가 데이트한다고 찾아온… 이곳에서. 죽었잖아. 너도, 장례식장에 갔었잖아.”

 “…난, 뭐야? 뭘, 본거야? 내 환상? 나는, 신기루를 보았어?”


 오이카와의 멍한 말에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보는 것 외에는. 오이카와는 한참을 있다가 자신의 멱살을 쥐고 있는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아 풀었다. 그리곤 힘겹게, 웃어보였다.


 “……고마워. 얘들아. 나, 그만 들어가 볼게. 다음에, 다음에 다시, 아니, 음. 그래. 내일, 내일 연습때 보자.”


 다른 이들의 인사도, 다른 말도 듣지 않고 등을 돌려 걸어가는 오이카와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꺼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이카와는 등 한번 돌리지 않은 채,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오이카와는 그 일이 있던 다음날,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이와이즈미에게 ‘몸이 좋지 않아서 못 나갈 것 같아.’ 라는 한마디가 담긴 문자를 보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했다. 멀쩡한 것이 이상하겠지. 그렇게 이해하며 오이카와가 얼른 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3일 뒤, 오이카와는 멀쩡한 얼굴로 학교에 나왔다. 다시금 평소대로 웃어 보이고, 그들과 농담을 하고, 배구연습을 했다.


 “오이카와. 끝나고 애들이 라멘 먹으러 가자는데.”

 “아, 미안. 오늘은 일이 있어서.”

 “…무슨 일?”

 “그냥, 조금. 내일은 같이 라멘 먹으러 가자. 대신 내일은 이 오이카와씨가 쏜다!”


 오이카와의 말에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잊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갔다. 이와이즈미는 어딘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두어 번 젓고 넘겨버렸다.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오이카와는 연습이 끝나자마자 정리를 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나갔다. 낯익은 길을 지나고, 낯익은 횡단보도를 건너서, 낯익은 가게 앞으로 달려갔다. 뭐가 그리 급한지 오이카와의 숨이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매우 더운 날씨로 인해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지만 오이카와에겐 그것이 중요치 않았다. 그것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훨씬 더 중요했다. 그 존재는 오이카와가 자신의 앞에 서자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스가쨩, 오래 기다렸어? 그래도, 스가쨩 보려고 연습 끝나고 바로 달려왔어!”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와라 코우시는,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방긋 웃어보였다.









-----------------------------------------------

스가와라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서 계속 스가와라를 보는 오이카와를

쓰고 싶었어요... 사실 신기루라 함은 정작 그 위치에 갔을 때 안보였어야 했는데....

음... 쓰고나니.. 음.. 이렇게.........◐◐;;;;

아무튼, 다른 팀원들이 스가와라의 죽음을 일깨워줬지만..

마지막은... 음 결국 또다시 인정하지 못하고 스가와라를 보게 되는 오이카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썰썰썰 > 하이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스가쿠로] 목덜미  (0) 2016.09.25
[오이스가] 여름  (0) 2016.07.30
[오이스가] 손톱  (0) 2016.07.03
[오이스가] 생일  (0) 2016.06.12
[오이스가]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0) 201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