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앙빅?빅앙?] 앙리 과거이야기

2015. 1. 21. 02:17썰썰썰/프랑켄슈타인

앙리 뒤프레, 그에게 어릴적 기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기억들 중 대부분은 맞고 있던 것 뿐이었다. 어릴 때의 그는 늘 맞고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 맡겨졌고, 기억을 할 수 있을 때쯤엔 고아원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가 있던 고아원의 원장은 겉으로는 아주 상냥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사람들에게 인자했으며,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는 전혀 달랐다. 그는 무슨 일이 있으면 늘 손을 올리곤 했다. 그는 그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훈육을 선택했다. 훈육이란 이름의 폭력은 자비도, 한낱 양심도 없었다. 그 커다랗고 묵직한 손은 매섭게 다가와 앙리의 얼굴과 팔, 등과 다리 등을 사정없이 구타했다. 어린 그는 힘이 없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으로 몸을 웅크리는 일 뿐이었다.

그렇게 고아원에서 10년을 보냈다.



* * *

“…리? 앙리? 앙리 뒤프레!”

“……어, 어? 왜, 왜 그러나. 빅터.”

“자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뇌가 다 타버렸잖아!”


허공에 붙잡혀 있던 멍한 시선은 그제서야 책상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아. 하는 작은 탄식이 앙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책상에는 방금 전까지 싱싱하게 분홍빛을 내고 있던 뇌가 새카맣게 타올라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람에 계속 되는 전기 자극을 견디지 못한 뇌가 결국 타버린 것이다. 빅터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앙리가 허둥지둥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미, 미안하네. 그… 나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뇌실험을 할땐 실험에 집중해야지! 다른 생각을 하면 어떡하나. 싱싱한 뇌가 구하기 얼마나 힘든데!”


빅터의 언성이 커졌다. 곧 그의 커다란 손이 올라오자 앙리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맞는다, 라는 생각뿐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이를 악물고 아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통증은 생기지 않았다. 왜?

앙리는 결국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앞에는 그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는 빅터만이 있을 뿐이었다. 빅터의 표정엔 정말로 의아한듯 물음표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또한 설명을 바라는 듯 보이기도 했다. 앙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때리지 않을 건가?”

“뭐?”


결국 빅터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앙리에게 설명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가 올린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 올려져 있는 손과 빅터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눈동자가 몇바퀴 구르길 반복하고, 앙리가 조심스레 움츠린 몸을 펴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게… 내가, 실수를… 한 것이니까. 잘못했으니까.”


하, 거참. 앙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빅터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리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계속 찌푸린 채로 앙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다시 맞을지도. 라고 생각하며 눈을 슬쩍 감으니, 무언가 머리에 감촉이 느껴졌다. 그 감촉은 이내 자신의 머리를 어색하게 쓰다듬었다. 마치, 쓰다듬는 것이 처음인 것 마냥 그렇게 어색한 엇박의 쓰다듬이 몇 번 이어졌다.

그 낯선 감촉에 결국 앙리는 다시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빅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까 들어올린 그 손으로. 빅터? 하고 앙리가 부르자 빅터가 그제서야 손을 내리고 두어번 헛기침을 했다. 왜. 작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게… 내 머리, 쓰다듬어서….”

“앞으로 잘하라는 뜻일세. 이렇게 하면 잘한다고 엘렌이 그랬어.”

“……아.”

“그리고, 말이지. 내가 나쁜 놈이라고 욕은 먹어도, 실수한 걸로 친구를 때리는 못된 놈은 아닐세.”


다시금 두어번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빅터의 시선은 여전히 책상에 박혀있었다. 앙리가 빙긋, 미소지었다. 그랬다. 이곳은 어릴적, 그 고아원이 아니었다. 오해해서 미안하네. 작게 사과하자 빅터의 헛기침이 또다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