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앙빅앙]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014. 9. 16. 23:43썰썰썰/프랑켄슈타인

 —…빅터, 괜찮아.

 —나는, 네 꿈을 위해 죽을 거야.

 —…안녕, 빅터.

 

 

  “아아아아악!!!”

 

 넓은 방안에 외마디 비명이 울렸다. 비명의 주인공은 누워있던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컴컴한 방 안에는 숨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그 때, 벌컥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빅터, 무슨 일인가?!”

 “…앙리…앙리, 앙리….”

 

 빅터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앙리의 이름만 쉼 없이 불러댔다. 빅터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아마, 얼굴도 형용할 수 없는 공포로 얼룩져 있겠지. 앙리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침대에 살짝 걸터앉았다.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빅터가 힘없이 끌려왔고, 앙리가 그의 머리를 안은 채 등을 다독였다.

 

 “그래. 그래. 나 여기 있어. 괜찮아.”

 “앙리… 앙리…. 나, 나 악몽을 꿨어….”

 “……응.”

 “자네가… 자네가…. 아, 아냐. 아무것도 아닐세.”

 

  응? 내가 뭐? 앙리가 상냥한 어조로 물었지만 빅터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저 몸을 작게 떨고 있었다. 빅터가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가 매우 심하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앙리는 그런 빅터가 안쓰러웠는지 끌어안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빅터가 천천히 손을 올려 앙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어렸을 땐, 자주 악몽을 꾸곤 했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더 그랬지. 그 때마다 누나가 괜찮다고 다독여줬었다네.”

 “그랬군.”

 “누나와 따로 사는 지금은, 자네가… 내 옆에 있어주고 있군.”

 

 하하,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 앙리가 작게 웃었다. 상냥하고 다정한 음성에 빅터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던 몸도 점차 멈춰가고 있었다.

 

 “근데 빅터. 자네의 꿈에서 내가 어쨌기에…”

 “……그게, 자네가….”

 “응?”

 

 빅터가 앙리의 품에서 나와 상체를 똑바로 세웠다. 그리곤 어깨를 잡고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안도가 섞여 들어가 있었다. 앙리는 여전히 상냥하게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빅터는 그 상냥한 웃음에 다시금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나대신 살인누명을 써서…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꿈이었다네. 내 눈 앞에서 죽어버렸어. 정말, 정말 끔찍했어.”

 “…….”

 “너무,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었어. 하지만, 꿈이니까. 이런 꿈을 꿔서 자네에게 미안할 정도야.”

 

 빅터가 멋쩍게 소리 내어 웃었다. 평소 때와 같으면 따라 웃으며 그게 뭔가. 했을 앙리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어느 샌가 앙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멋쩍게 웃던 빅터가 웃음을 멈추고 앙리를 쳐다보았다. 앙리? 앙리? 그를 두어 번 불렀지만 앙리는 대답이 없었다.

 

 “앙리, 자네 왜 그래?”

 “……빅터.”

 

 앙리의 이름을 부르기를 한참, 앙리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여전히 상냥한 어조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왠지 시리도록 차가웠다. 빅터는 조금 소름이 돋았다. 이상하다. 어째서?

 

 “응?”

 “…그건, 꿈이 아니야.”

 “……뭐?”

 “…그건, 사실이야. 이게… 꿈이지. ……안녕, 빅터.”

 

 앙리가 고개를 들었다. 평소에 봐왔던 상냥하고 다정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만큼은 소름이 돋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웃음이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앙리의 목에서 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흘러나온 피가 앙리의 몸을 적시고 침대시트에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앙리의 목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뎅강.

 

* * *

 “아아아아아악!!!!”

 

 외마디 비명이 큰 방안을 울렸다. 어두운 방안에는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는 듯 거친 호흡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앙리.”

 

 몇 분이나 흘렀을까. 빅터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다. 아주 작은 소리라 귀를 기울여야지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번 이름을 내뱉자 마치 잠가 놓은 수도꼭지를 열어버린 듯 계속, 하염없이 같은 이름만을 반복해서 불러댔다. 앙리, 앙리, 앙리.

 하지만 그가 방금 전에 꾸었던 꿈과는 다르게 이번엔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저 닫힌 채로 빅터는 어둠 속에 혼자 있었다. 아무도 공포에 떨고 있는 빅터에게 달려와 주지 않았다. 괜찮다고 다독여주지 않았다. 그 넓은 성에 빅터 혼자뿐이었다. 줄리아도, 누나도, 앙리도 모두 없었다. 그래, 맞아. 앙리는 나 때문에 죽었어. 누나도, 줄리아도. 사라지지 않는 공포심에 몸이 떨렸다. 눈에 띄게 손마저 떨고 있었다. 좀처럼 주체되지 않는 공포심과 두려움,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에 빅터는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비명으로 가득 찼던 방 안에서 이번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는 마치 어머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혼자 남은 어린아이의 공포 섞인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다독여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 울음소리는 한동안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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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제 어린시절 경험담으로 썰을 풀어보려고 했으나

어쩐지 산으로 가버렸네요...... 또르르르르.......

왠지 모르게 빅터는... 멘붕을 시키고 싶달지... 앙빅이 아닌 것 같지만... 앙빅이라고 우겨봅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정리해서 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