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앙리] 악몽, 마지막.

2014. 5. 28. 04:55썰썰썰/프랑켄슈타인

 

(생략)

설령 나의 사형 날까지 네가 오지 않더라도, 너를 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네가 살아있다면 그걸로 나는 행복했다. 처음 만난 날, 네가 나를 살렸으니 이번엔 내 차례였다. 내가 너를 살릴 차례였다.

―앙리 뒤프레는 죄가 없습니다! 그 것은 전부 제가 한 짓입니다!

―제가 장의사를 죽였습니다. 월터는 장의사의 손에 살해당한 겁니다!

―재판장님, 제발 재조사를 해주십시오. 앙리 뒤프레는 죄가 없습니다. 다 제 죄를 뒤집어쓴 겁니다!

어느 날, 재판이 열렸다. 네가 재판장에게 소리쳤다. 다 내가 한 짓이라고. 내 짓이라고.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들어주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네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나는 한 구석에서 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네가 소리치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네가 제발 그만하길 바랬다. 나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했다.

 

* * *

“―앙리 뒤프레. 면회.”

앙리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밑바닥에 내려앉았던 의식이 점점 위로 올라왔다. 멍한 정신을 부여잡는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꾸는 옛날 꿈은 앙리를 괜히 웃게 만들었다. 가끔 꾸는 전쟁을 하던 끔찍한 악몽이 아니라 그가 나오는 꿈이라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날 꿈에서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조금 안심하고 있었다. 앙리는 차가운 감옥 바닥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지하 감옥은 여전히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니, 면회가 있다고하니 낮이겠구나.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찾아온 자가 누군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룽게나 엘렌에게는 이제 더 이상 면회를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빅터도 앙리가 갇힌 이후로 면회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앙리는 자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수갑 때문에 손을 쓰기가 불편할텐데도 앙리는 전혀 그런 기색없이 무덤덤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집이 아닌 더러운 감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단정했고, 깔끔했다.

무릎을 세워 천천히 일어났다. 바지를 두어 번 털어내고 등을 돌리고 있던 쇠철창쪽으로 몸을 돌렸다. 멀리서부터 구두소리가 들렸다. 묵직한 남자의 구두소리였다. 그가 묵묵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점차 그 구두소리의 주인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낯익은 바지가 보였다. 그 다음엔 계속 봐오던 낯익은 코트가 보였다.

앙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 심장은 앙리도 막을 수가 없었다. 낯익은 그의 모습에 앙리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엉켰다. 그가 끝까지 오지 않길 바랬다. 뒤도 안돌아보고 돌아가 그가 꿈꾸던 연구를 계속 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가 보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 와준 그를 보며 너무나도 기뻤다. 그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죄책감이 들었다. 고통스러웠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얼굴이 울상을 지을 것같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앙리는 지금만큼은 지하 감옥이 어두운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추한 얼굴을 그에게 들켰을 테니까.

앙리의 발밑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툭, 투둑, 두어 개의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앙리의 눈에선 어느 샌가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급히 손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양 볼을 두어 번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앙리. 울지마.

그는 손을 두어 번 쥐었다가 놓았다. 심호흡을 하자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빨라져버린 심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앙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입에 걸었다. 그가 늘 봐오던 ‘앙리 뒤프레’의 미소를 입에 걸고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섰다. 자연스럽게 그를 맞이해야만 했다.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외면하고 최대한 태연하게 서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그렇게 말해줘야 했다. 서서히 그의 얼굴이 보였다. 앙리가 잔뜩 울상을 짓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로 입을 열었다.

 

“……어서와. 빅터.”

 

 

 

-공백포함 3775 자

-공백제외 2851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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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3의 부제는 '―아니, 이것은 악몽이 아니야. 네가 나오는 꿈이잖아.' 입니다.

왠지 앙리는 그럴것 같아요. 빅터가 나오는 꿈인데 악몽일리 없잖아여..? (왈칵

글의 순서는 악몽3(단하나의미래~너의꿈당시) -> 악몽2(너의꿈이후) -> 악몽1(난괴물이후) 가 됩니다.

어쩐지 쓰다보니 거꾸로 가더라구요..? 왜죠...

괴물은 이것저것 써보고 싶어서...아마 나중에 악몽, 괴물편 외전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약없는 먼 미래네여..

역시 이 3편도 원본은 펭님과 교환하기로 약속했기때문에

크롭한 중간부분(~엔딩까지)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