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앙리(조금 앙리빅터?)] 두도시x프랑켄 크로스오버.

2014. 8. 6. 02:58썰썰썰/프랑켄슈타인

(*두도시이야기 엔딩스포주의)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를 꼭 안아줘.

 

낯익은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는 내 신경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를 보내줘. 이게 나의 선택.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였다. 틀림없었다. 내가 말하고 있었다. 깜깜했던 내 시야가 환해지며 어떤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나와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는 남자는 웃고 있었다.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됐겠죠?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당신이 나에게 그랬듯, 나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서. 당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남자는 웃었다. 안심과 체념이 섞인 미소였다. 남자가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지도, 인상을 구기지도 않았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고 나서 무어라 말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남자가 무어라 말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귀를 기울여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말을 마친 남자가 몸을 내렸다. 천천히 눈을 감자, 그제야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곧 단두대의 칼날이 자비 없이 떨어졌다.

 

 

***

 

“…헉!”

 

눈을 뜨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박동이 매우 빨라 귀에서 웅웅거릴 정도였다. 도저히 진정되질 않았다. 숨을 진정시키기는 데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호흡도, 심장도 진정되었다. 얼굴에 무언가 느껴져 손을 갖다 대니 얼굴이 축축했다. 볼이 온통 눈물 투성이었다. 하지만 슬프지 않았다.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스쳐지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했다.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두렵고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옷소매로 말라가고 있는 눈물 자국을 슥슥 닦아내었다.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야.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아까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남자는 나와 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나였다. 그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지만 확신했다. 그건 나라고. 나의 전생이라고. 전생의 마지막과 현생의 마지막이 같아져버렸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멀리서 구두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남자가 다가왔다. 빅터. 조용히 이름을 부르자 더 울상이 되어버렸다. 툭 치면 울 것 같았다. 눈에 고여 있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어깨를 다독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만질 수 있는 건 철창을 잡고 있는 빅터의 손뿐이었다. 빅터의 손은 꽤나 차가웠다.

 

“빅터. 울지마.”

“앙리, 하지만… 하지만, 앙리… 앙리 네가…”

“……울지마. 울지마. 빅터. 나는 자네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지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응? 제발, 제발 사실대로 얘기해. 제발 네가 아니라 나라고 얘기해. 제발. 앙리, 제발….”

 

빅터가 주저앉았다. 아니, 무릎을 꿇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빅터가 무릎을 꿇었다. 나에게 무릎을 꿇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나를 위해, 자신의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빅터는 전쟁터에서도,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여전히 오만하고 도도하며, 누가 되었든 절대로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는 남자였다. 하물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일도 없었다. 나는 빅터와 있으면서 단 한 번도 그가 누군가에게 자존심을 버리는 짓을 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 빅터가 나를 위해 자신의 무릎을 꿇고 부탁하고 있었다. 빅터가 고개를 올려 나를 쳐다보았다. 빅터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나마저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빅터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빅터의 시선이 나를 따라 내려갔다. 철창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붙잡은 채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조금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빅터.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야. 나를 위해 울지마. 나를 보내줘. 나를 위한다면…”

“…….”

“…우리의 연구, 끝까지 해줘. 포기하지 말고 꼭 성공해줘. 연구는 꼭 자네 손으로 성공해야해. 난 그거면 충분하네.”

 

빅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들고 빅터를 향해 웃어보였다. 결국 빅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이 떨어지자 그것이 시작이 되어 하염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빅터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철창을 잡고 있던 손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엎드려버려서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빅터는 소리 없이 계속 울고 있었다. 나는 빅터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다.

 

“빅터…… 제발 울지마. 내 부탁, 안들어 줄 거야? 자네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는걸. 제발 날 위해 울지마… 빅터….”

“…돼. …로. ……기해….”

“…뭐?”

 

빅터가 엎드린 채로 중얼거렸다. 귀를 기울였지만 중간 중간 들릴 뿐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다. 결국 다시 되물었다. 그러자 빅터가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빅터는 어느새 우는 것을 멈추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있는 눈물 자국은 없어지지 않았다.

 

“안돼. 절대로 안돼. 우리의 연구는 자네와 나, 두 사람이 같이 완성해야해. 그러니까, 그러니까 자네의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제발 사실대로 얘기해. 앙리, 제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빅터. 하지만 이번만 내 고집을 들어줄 순 없겠나? 내가 늘 자네의 의견과 고집을 들어줬듯 이번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고집을 한번만 져줘.”

“앙리 뒤프레, 나와.”

 

빅터를 보며 쓰게 웃었다. 빅터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빅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 남자들이 다가왔다. 한 남자가 내가 갇힌 철창의 문을 열었다. 옆에선 다른 남자들이 빅터를 잡고 끌고 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빅터쪽을 바라보았다. 그를 향해 다시 한 번 쓰게 웃었다. 빅터는 발버둥 쳤지만 두 사람의 힘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인 듯 했다. 빅터의 모습이 조금씩 문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빅터의 외침이 감옥 안을 울렸다.

 

“안돼, 안돼. 앙리. 사실대로 얘기해!! 네가 죽이지 않았다고, 제발 사실대로 얘기해!!!”

 

나는 빅터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웃는 것밖엔 없었다.

 

 

 

햇살은 정말로 따뜻했다. 전생의 내가 죽었을 때와는 반대로 햇살이 따스하게 반기고 있었다. 계단의 끝에 서슬 퍼런 단두대의 칼날이 빛나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계속 되내이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며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끔찍한 혐오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를 살인자라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계단을 다 오를 때쯤, 빅터가 보였다. 빅터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눈물이 나오지 않게 최대한 웃어보였다.

그 순간, 잠이 들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서 어떠한 영상이 떠올랐다. 내가 아까 꾸었던 꿈이었다. 단두대에 올라가는 꿈.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내가 눈을 감는 꿈이었다. 단두대 위에서 내가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아까는 들리지 않았던 말이 지금에서야 들리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내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래, 나는 너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거구나. 빅터를 향해 소리 없이 입을 움직였다. 빅터는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해.’

—나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안식처보다 더 편안한 곳을 향해 갑니다.

‘나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안식처보다 더 편안한 곳을 향해 갈 거야.’

 

“그러니까… 울지마. 빅터.”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빅터는 알아들은 건지 눈동자가 커졌다. 흔들리는 동공을 보며 나는 그저 미소 지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허리를 숙여 단두대에 머리를 갖다 대었다. 단두대에 목이 고정되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공백포함 4062 자

-공백제외 3058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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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도시이야기x프랑켄슈타인 크로스오버를 해봤습니다 ;_;

정확히 말하면 두도시x프랑켄 지게배우장난..이랄지.....

두도시 마지막장면 보면서 아...아아아아..앙리...앙리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프랑켄이후로 처음 본 것이 두도시였는데, 그 두도시 첫공은 지게였기때문에...

당연히 앙리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둘 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단두대로 죽었으니까요8_8

그래서 시드니가 앙리의 전생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전제로 시작해본 글입니다.

앙리는 전생이 지금과 똑같다고 해도 행복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