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8. 00:48ㆍ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어느 샌가부터, 그래. 어느 새부터 일까.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가 그의 시야에 있었던 것은. 늘 고개를 돌리면 그가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의아했다. 그, 스가와라는 여기 있으면 안 될 인물이 보임에 의문을 표하곤 했다. 대체, 저 남자가 왜 여기 있는 걸까? 그, 오이카와는 같은 학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한 친구도 아니었다. 근데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눈에 자주 보였다. 아니, 거의 매일이 맞는 걸까. 오이카와는 그만큼 스가와라의 주변에서 보이고 있었다.
카라스노 고등학교 근처의 공원. 처음 그를 봤을 때 했던 것은 무시였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를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오이카와가 기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오이카와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인사했다가 오이카와가 누군지 못 알아본다면 그거야말로 희대의 창피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무시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곳에서 두 번, 세 번이 되자 스가와라는 고민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그리고 여전히 스가와라는 그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달랐다. 오이카와가 서있는 스가와라에게 왔다. 하지만 가까이 오진 않았다. 두세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보고 있었다.
“안녕, 카라스노 상쾌군?”
“……상쾌군?”
“아, 나도 모르게. 음, 안녕, 스가쨩?”
“……아, 으응. 안녕. 오이카와.”
“배구부 연습은 끝났나봐?”
“응.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나서. …오이카와도, 끝났나봐. 여기서, 뭐해?”
“뭐어. 그냥.”
둘은 그다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인사, 허락하지 않은 애칭. 오이카와는 자연스러웠다. 마치 친한 친구였던 것 마냥, 오래 알던 사이마냥 그렇게 말했다. 거기에서 스가와라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불편해야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저도 어색함을 누르고 대화했다. 가벼운 대화가 끝나고 인사를 한 후 헤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다음날도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가 카라스노고교나, 이 근처 동네로 이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잠깐 할 정도로 오이카와는 자주 눈에 보였다. 하지만 자주 보인다고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두세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인사를 하고, 가벼운 안부를 묻고 다시 작별인사를 하고. 그것이 전부였다. 친구도, 뭣도 아닌 정말 아는 사이 같은 그런 가벼운.
그렇게 몇 주가 흘렀을까. 이젠 스가와라의 시선에 오이카와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운동이 없는 평일, 길거리를 걷다가 스포츠용품점을 발견해서 고개를 돌리면 그 옆에서 자신과 같은 가게를 보고 있는 오이카와가 있었다. 운동이 끝난 후, 밤에 편의점을 들어가면 빵코너에서 우유빵을 고르고 있는 오이카와가 있었다. 나른한 주말, 공원에 가벼운 운동을 하러 가면 러닝을 하고 있는 오이카와가 있었다.
기분 나쁠 법도 한데, 스가와라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익숙함이 이래서 무서운 것일까. 이젠 시선을 돌리면 먼저 오이카와를 먼저 찾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로 시선을 돌리면 오이카와가 있을 거야. 하고. 그리고 그 시선 안에 오이카와가 없으면 서운했다. 왠지 모르게 씁쓸해서 기분이 조금 다운되곤 했다. 그렇게 스가와라는 오이카와라는 존재가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
“안녕, 스가쨩?”
“아, 오이카와구나. 운동하러 왔어?”
“응. 이제 막 하려던 참이었지! 스가쨩도?”
스가와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은 날씨가 제법 따뜻한 주말이었다. 집에 있기엔 지루해서 가볍게 러닝이라도 할까해서 나온 공원에 역시나, 오이카와가 있었다. 그는 여전히 두세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스가와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오이카와를 보다가 스가와라는 문득 생각했다. 왜, 더 가까이 오지 않는 걸까?
“왜 더 가까이 오지 않아?”
앗차. 머릿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당황해 눈동자를 굴렸다. 제발, 오이카와가 이 말을 듣지 않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왜 가까이 가지 않냐고?”
아. 이런. 아무래도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말을 들었는지 되묻고 있었다. 두세 발자국 뒤에 있어서 못 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스가와라는 그답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평소같이 그냥 적당히 둘러대며 넘어가면 될 것을 스가와라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가와라가 이렇게 당황해하는 것엔 오이카와의 태도도 한 몫하고 있었다. 그냥 넘겨버리면 될 것을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오이카와의 표정은 그답지 않게 조금 굳어있었다. 아니,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달까. 대체, 뭐를?
“아니. 오이카와, 저, 그러니까 내 말은…”
“……가까이 가도 돼?”
“뭐?”
“…나, 이런 건 처음이라…. 가까이가면, 스가쨩이 도망갈까 봐.”
오이카와가 스가와라를 향해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 안엔 불안함, 걱정, 그리고 조금의 설레임이 담겨있었다. 눈치가 빠른 스가와라는 그 모든 것을 다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불안함, 걱정, 설레임들 모두 스가와라, 자신을 향해있다는 것도. 스가와라는 어쩐지 이 남자가 조금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자신이 온실의 화초나 작은 동물이 아닌데 다가가면 밟힐까, 도망갈까 불안해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모든 것을 발아래에 둘 것 같고, 늘 자신만만해있던 남자가 이런 모습이라니. 너무나 아이러니하고, 사랑스러웠다.
“난 토끼가 아닌걸. 도망가지 않아.”
“혹시 모르지. 토끼스가쨩.”
오이카와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스가와라가 한발을 내딛었다. 오이카와와의 간격이 조금 줄어들었다. 스가와라의 행동에 오이카와의 눈이 조금 커진 것 같았다. 고개를 조금 들어 오이카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괜찮다는 듯, 예쁘게 웃어보였다.
“일단, 이정도까지만. 더 가까워지면… 나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걸. 스가쨩. 10cm. 스가쨩이 이 거리에 익숙해지면 그 때 더 가까워질래.”
오이카와가 말을 마치며 한걸음 내딛었다. 오이카와와 스가와라, 그 둘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제법 좁혀져 있었다. 손을 올리면 상대를 잡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둘 중 그 누구도 손을 올리거나 하는 행동을 하진 않았다. 그저 그 잡힐 듯 말 듯 한 미묘한 거리에서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둘 사이에 있는 10cm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가까운 거리겠지만, 그 들에겐 익숙해지기 위한, 아직은 조금 멀지도 모르는 시작의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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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전력 처음참여입니다..!! 는 지각이지만..
개인적으로 사귀기전에 스가한테 조심스러운 오이카와 좋아합니다.
물론 사귀면 엄청 능글능글빙글빙글해줬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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