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드큘미나] 먼 미래에.

2014. 8. 20. 02:28썰썰썰/기타

(*엔딩스포주의)

 

“…드……라큘라… 드라큘라…!!”

 

 미나는 관 뚜껑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도 울고 있었다.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고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을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줄리아의 옷자락을 들고 슬퍼하던 반헬싱도, 그녀의 약혼자 조나단도, 그의 동료들도 그런 그녀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닫힌 관과 미나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드라큘라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일들이 마무리 된 것 같았다.

 

 

* * *

 시간은 많이 흘렀고, 세상은 변함없이 똑같았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미나 머레이, 그녀였다. 그녀는 드라큘라가 잠든 그 순간부터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순간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드라큘라가 눈을 감은 후 모두 미나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것 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미나는 여전히 마늘향이 지독하게 싫었고, 십자가가 끔찍했으며, 성경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직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미나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또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면 미나와 조나단의 관계였다. 미나는 드라큘라가 영면에 취한 후 조나단과 이별했다. 드라큘라를 잊지 못한 그녀는 결국 조나단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조나단은 슬퍼했지만 미나를 잡을 순 없없고 결국 그 둘은 헤어졌다. 조나단은 후에 다른 여자와 만나 결혼했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늙고 병들어 숨을 거두었다. 미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조나단은 그런 미나를 보며 따뜻하게 웃었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미나는, 혼자가 되었다. 가슴에 드라큘라를 품은 채.

 수백 년이 흘렀지만 미나는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마치 혼자라고 해도 괜찮다는 듯 살아가고 있었다. 미나는 그렇게 살아가며 드라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뱀파이어의 피를 먹은 자는 그와 정신소통을 할 수 있었다. 드라큘라가 죽기 전, 미나는 그와 정신소통을 할 수 있었고 그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과거의 엘리자베스, 현재의 미나를 떠올리며 계속, 계속 쉼 없이 울고 있었다. 대체, 대체 뭐가 그렇게 슬픈 건가요. 대체 당신을 그렇게 슬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미나는 계속 물었지만 드라큘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울고 있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결국 과거에도, 현재에도 행복한 엔딩을 맞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수 백 년 동안, 그리고 지금… 당신은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래서 미나는 다짐했다. 이젠, 내가 기다릴 차례에요.

 어느 날과 다름없이 미나는 간단하게 짐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평소 때와 다름없이 미나는 아름다웠고, 하늘은 맑았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미나의 발걸음도 기분도 조금 들떠있었다. 기차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미나는 기차출발까지 남은 시간동안 기차역주변을 가볍게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보다 많이 변해버린 기차역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 미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한 곳에 시선을 두고 떨어질 줄 몰랐다. 그 시선 끝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 새하얗게 질려있는 하얀 피부, 검붉은 색의 눈동자, 굳게 다물린 핏빛 입술.

 드라큘라,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미나는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렸다. 그녀의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와 입술이 매우 놀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떨어진 가방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고, 일부 내용물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요란한 소리에 모두 미나 쪽을 흘긋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미나는 그저 하염없이 드라큘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드라큘라가 미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가방이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궁금했던 것인지, 아니면 단지 우연이었던 건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나 쪽을 향했다. 미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드…드라큘라…….”

“…? 절 아십니까?”

 

 미나의 목소리에 드라큘라가 서서히 미나 쪽으로 다가왔다. 낮고 무겁게 울리는 목소리. 역시나, 수백 년 전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였다. 드라큘라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미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낯익은 아름다운 모습에 미나는 결국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저기, 울어요?”

“아, 아뇨…. 아니에요.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나가 그제야 황급히 고여 있던 눈물을 닦았다. 드라큘라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미나는 눈물을 닦은 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들면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았다.

 

“저기…”

“…….”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습니까?”

“…….”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단지 너무 낯익어서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라큘라의 얼굴엔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 무언가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듯 눈동자를 한 바퀴 굴리기도 했다. 미나는 자신이 드라큘라에게 똑같은 말을 했던 그 때가 떠올라 다시 한 번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아아. 당신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런 기분으로 날 만난거구나. 소매로 눈물을 급히 닦은 미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수백 년 전에 그에게 지었던 미소, 그대로 웃어보였다. 드라큘라가 언젠가 자신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바라며.

 

 

“…미나. 제 이름은 미나 머레이에요.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으니까 기억해주세요. 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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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큘 보자마자 떠오른 썰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드큘에서 미나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제 썰에서도 안타까운 것으로........

ㄱ그냥.. 드큘이 수백년을 기다려온 것처럼 미나도 그렇게 기다린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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