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이 나오지 않아

2014. 1. 16. 04:29썰썰썰/언라이트

 

 

"와,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가씨."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아무튼 자, 티켓이에요."
"오늘은 예전같지 않게 꽤 많은 양이네요?"
"예전과는 조금 사정이 달라졌거든요. 아무튼 돌려주세요. 빨리."

보채는 듯한 지시자의 말투에 브라우는 건네받은 티켓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몇가지 아이템들과 들어온지 얼마 안된 듯한 전사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통 분홍색으로 치장한 어린 소녀부터 무언가 관록이 느껴지는 할아버지, 나르시스트 청년, 언뜻보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소년, 제복을 단정하게 갖춰입은 청년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그 들은 일제히 브라우가 들어오자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들, 슬슬 움직여주실 시간이에요. 지시자님이 오셨거든요."

브라우의 한마디에 대기하고 있던 전사들은 문 틈으로 지시자를 쳐다보았다. 저게 지시자라는 거구나. 웅성웅성.
모두가 나갈 채비를 하던 도중 메리가 모두를 제치고 맨 앞에 섰다. 그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브라우가 메리에게 다가갔다.

"메리양? 나가시려구요?"
"응. 나 저 지시자가 맘에 들었거든요. 저 지시자님과 함께 여행하고 싶어."

해맑고도 순수하게 웃으며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라는 말과 함께 브라우는 문을 열고 메리를 내보냈다.
그리고는 뒤를 돌려 흘깃, 의자에 앉아있던 빌헬름을 보았다. 빌헬름은 관심없는 듯 자신의 검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메리는 신나는 듯 브라우와 다른 전사들에게까지 손을 흔들며 지시자에게 다가고있었다.
빌헬름,빌헬름 하며 중얼거리던 지시자는 뜬금없이 핑크빛의 소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당황스런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내보였다. 자신이 생각한 전사가 아니라서 당황한 것이리라.

"… …설마, 메리..?"
"응, 맞아요. 지시자!"

엄청나게 해맑은 반응이였다. 웃으며 자신의 손을 꼭 잡는 메리를 보며 지시자는 그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나오라는 빌헬름은 안나오고, 어째서 메리가.

"…저기.. 어째서.. 네가?"
"제가 내보내달라고 했어요. 지시자랑 만나고 싶어서. 함께 여행하려고."

해맑게 말하는 얼굴에 대고, 나는 널 생각하지 않았다. 라고 말할 수 없었던 지시자는 메리가 안들릴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고 상냥하게 웃었다. 어서와, 메리. 하고 말하자 메리는 기쁜 듯 다시 환하게 웃으며 지시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캐릭터가 있는건 좋으니까. 하고 자신을 납득한 지시자는 다시한번 자신이 모은 티켓을 브라우에게 건내기 시작했다.




"어째서..어째서..!"
"…글쎄요. 빌헬름의 마음도, 메리의 마음도 저는 모른답니다."

상냥한 듯, 혹은 곤란한 듯 웃고 있는 브라우는 가만히 씩씩거리고 있는 지시자를 쳐다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핑크빛으로 둘러쌓인 지시자를.
지시자는 4명의 메리에게 둘러쌓여있었다. 메리, 아니 메리들은 서로 자신이 지시자와 여행을 갈거라고 투닥거리고 지시자는 밑에서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다. 실로 독특하고도 재밌는 광경에 브라우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시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어째서라는 단어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왜,왜 빌헬름은 얼굴만 비추고 안나오는건데!"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빌헬름씨는 아직 나오실 생각이 없다네요. 다음을 노려보세요, 아가씨."

씩씩대도 어쩌랴. 지시자는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수가 없었다. 웃고 있는 브라우를 잠시 노려보던 그녀는 등을 돌려 메리들과 함께 다크룸을 빠져나갔다. 다크룸의 안에서 빌헬름은 되돌아가는 지시자를 슬쩍 바라볼 뿐이였다.





"왔나, 지시자."
원래의 바인더로 돌아가자 제일 처음 맞아주는 건 에바리스트였다. 그 뒤로 루디아와 타이렐이 모습을 보이고, 바인더에 있던 다른 전사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시자는 원래 있던 전사들을 한번씩 둘러보고는 새로이 데려온 전사들을 바인더에 들여보냈다. 새로운 전사들과 원래있던 전사들의 첫 대면이였다.

"메리,크레니히,마르그리드야. 지금부터는 얘네들도 동료니까 잘지내고."
"지시자. 빌헬름을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나?"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그룬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그는 내 충실한 부하가 어쩌고, 소령이 어쩌고 하더니 결국 못대려왔나보지? 하며 지시자와 눈을 맞췄다. 약오르지만 틀린말이 아니였다. 그룬왈드에게 빌헬름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꼭 데려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가서는 결국 못데려왔으니까. 부루퉁하게 그룬왈드를 노려보던 지시자는 나중에 꼭 데려올거야! 라는 외침과 함께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전사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방문을 쳐다보았고, 메리만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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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ㅁ8................................
억울해서 쓴 제 얘깁니다.........
그렇게 티켓을 잔뜩 돌렸는데도 불구하고 소령님은 딱 한번, 진짜 딱 한번 얼굴을 비추시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얼굴도 안비추세요..... 모니터잡고 뜯어버릴뻔했는데 딱한번 나 여기있다ㅎㅎ 하고 얼굴비추고
사라지셨습니다.. 이런 매정한 소령님..
그리고 의도치않았던 진짜로 전혀 의도치 않았던 메리만 4장얻었습니다..
덕분에 n3 메리가 가득..... n4는 엄청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아 슬프다..
왠지 메리의 사랑만 잔뜩 얻어갖고 가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