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캠퍼스

2016. 6. 5. 03:17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BGM. 페퍼톤스-캠퍼스커플)







 “조교님! 이거 복사 좀 해주실래요?”

 “오이카와. 너, 오늘만 여기 몇 번째 오는지 알아?”

 “아마 지금까지 6번일걸요?”


 그 태연스러운 말에 스가와라는 결국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가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내쉬었지만 문 앞에 서있던 오이카와는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장난기가 담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조교님, 한숨 쉬면 늙는대요. 복도 달아난다잖아요. 그러니까 한숨 쉬지 말아요.”


 저거, 분명히 고의다. 한숨의 이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를 슬쩍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보며 오이카와는 그저 입 꼬리를 당겨 웃을 뿐이었다. 이거 복사 해달라니까요? 뻔뻔스레 내미는 종이를 한번, 오이카와의 얼굴을 한번 번갈아 쳐다보고 스가와라는 한손으로는 이마를, 한손으로는 오이카와가 내민 종이를 받아들었다. 이렇게 또 아까운 종이가 낭비되는군. 이라는 친환경적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복사기로 다가갔다.


 “대체 이건 왜 복사하는 거야.”

 “그거야, 교수님께 제출해야 되니까요? 2부를 뽑는다는 게 깜빡했지 뭐에요.”

 “이런 건 복사실가서 해.”


 거짓말. 누구보다 준비성이 철저한 오이카와가 깜빡했을 리 없다. 그건 여태 오이카와를 봐온 스가와라로선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준비성이 철저했고, 누구보다 노력파 모범생이었다. 그런 그가 깜빡했을 리가. 이건 고의가 틀림없었다.


 “너처럼 과사무실에 자주 오는 애도 드물 거야.”

 “자주 보니까 정들죠?”

 “농담하지 말고. 과사에 올 시간에 공부를 하던가, 친구랑 놀던가 해.”

 “뭐어, 스가와라 조교님이 제 마음을 받아주면 그 때 생각해볼게요.”


 스가와라는 대답대신 입을 닫는 쪽을 선택했다.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오이카와가 있는 쪽으로 고개한번 돌리지 않고, 대답조차 하지 않고 복사기에만 시선을 두었다. 그에 오이카와도 입을 다문 채 스가와라의 뒷모습만을 쳐다보았다. 조용한 과사무실에 복사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울렸다.

 반년. 약 반년 째였다. 오이카와가 이런 짓을 시작한 것은. 새 학기, 오이카와에겐 2학년 1학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 때였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새 조교로 들어온 것이. 그는 이 학교, 오이카와가 다니는 학과의 선배라고 했다. 안 그래도 남자가 득실거리는 체대에, 남자조교가 온다는 사실에 모두가 질색을 했고, 그 생각은 첫 만남때 바뀌었다. 스가와라 코우시입니다. 잘 부탁해요. 그 한마디에 스가와라는 과사의 천사, 혹은 천사조교님, 상쾌님 따위로 불리기 시작했다. 색소가 옅은 회색빛 머리칼, 화사하고 상냥해 보이는 미소, 상쾌해 보이는 분위기, 섹시해보이기까지 한 눈물점. 그것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 남자들 안엔 오이카와도 포함되어 있었다. 첫눈에 반한다, 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처음 봤던 그날.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을 부여잡고 그에게 다가갈 구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남자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곧 스가와라의 단호함과 생각지 못한 털털함, 혹은 아저씨스러움에 다들 떨어져 나갔다. 그는 여전히 상냥하고 상쾌했지만 무언가 단호했고, 생각보다 그들과 비슷한 털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남학생들은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끝까지 남았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고 했던가. 오이카와는 그것마저 좋았다. 그 단호함도, 털털함도 모두가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보여주는 그 상쾌한 미소가, 오이카와는 정말로 좋았다. 이 학교, 캠퍼스의 햇살. 꽃. 봄바람. 모두 스가와라를 위해, 그리고 스가와라와 함께하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았고 그랬기에 선택한 것이 과사무실이었다. 이 캠퍼스 내에서, 스가와라가 피할 수 없고, 늘 있는 곳. 그랬기에 오이카와는 제 집 드나들 듯 과사무실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한번은 레포트 복사, 또 한 번은 장학금 신청, 또 한 번은 교수님 심부름, 또 한 번은….

 언젠가 스가와라가 그에게 물었다. 오이카와군은 왜 이렇게 자주와? 순수한 호기심과 함께 약간의 귀찮음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귀찮음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 귀찮기도 했지만 자주 찾아오는 것이 썩 나쁘진 않았다. 그는 간혹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가져오거나, 시원한 음료수나 매운 간식거리를 사들고 오곤 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사들고 와선 조교님, 스가와라 조교님, 하고 말하는 것이 제법 귀여웠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인기가 많았다. 학교 내에서 오이카와 토오루, 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왜 학생회장을 하지 않지? 라고 물어볼 정도로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이카와는 원래 고등학생 때부터 배구유망주로 이름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이 대학, 체대에 들어오자 그 이름이 좀 더 퍼지기 시작했다. 오이카와의 실력도, 외모도 날로 성장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학교 내의 인기스타가, 과사무실을 제 집 드나들 듯 기웃거리고, 가끔 기특하게 맛있는 것을 사들고 온다거나, 부탁을 하는데도 그다지 많이 귀찮은 일이 아니라거나. 그런 것들이 제법 귀여웠다. 그래서 물었다. 왜 이렇게 자주 오냐고. 그리고 오이카와가 당연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이카와씨는, 스가와라 조교님이 좋으니까요.”

 “와, 정말로? 나도 오이카와 좋아해. 근데 조금 의외긴 하네. 조교 좋아하는 사람 거의 못 봤는데.”

 “스가와라 조교님, 틀렸어요. 내가 좋다고 말하는 건, 그저 조교님이 좋아요. 하는 유치원생 같은 표현이 아니라, 연애의 감정으로서의 표현이에요.”

 “……. 미안, 오이카와.”


 그건 받아줄 수 없어. 스가와라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여기서 오이카와가 고백을 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당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표정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눈동자를 내려 책상을 보았다. 하지만 조금 떨리는 손을 감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태연하게 괜찮아요. 오이카와씨는 포기를 모르거든요. 내일 봐요. 하며 과사무실을 나섰다.

 그 뒤로 반년이 지났고, 반년이 지날 때까지 오이카와는 매일 과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매일 스가와라는 그의 마음을 모른 척했다.

 

 “자, 복사 다했어. 얼른 가져가.”

 “오늘도 대답 안 해주네요. 조교님. …스가와라.”

 “스가와라? 나는 네 친구 아니다.”

 “그럼 스가쨩은 어때요? 나랑 연애하면 이렇게 불러 줄 거예요. 스가쨩, 하고!”

 “그런 생각은 넣어두지 그래? 안 갈 거야?”


 스가와라가 그를 보며 팔짱을 꼈다. 조금 미간을 찌푸리는 것으로 그의 기분표현을 대신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오늘은 쉽게 물러낼 생각이 없어보였다. 스가와라의 찌푸려진 미간을 보았음에도 오이카와는 나가지 않았다. 그저 스가와라가 건네준 복사물을 들고 잠시 서있었다.


 “…스가와라는 왜 내 마음 안받아줘요?”

 “오이카와 토오루. 너 자꾸 이름 부를래?”

 “하지만, 하지만…. 아니, 아무튼! 조교님, 진짜 나랑 연애 안할래요? 내가 진짜 잘해줄게요. 정말 잘해줄게요. 오이카와씨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아니, 괜찮다 못해 엄청 좋은 거잖아요! 엄청 횡재인데! 나 스가와라 조교님이랑 캠퍼스 커플하고 싶어요! CC!”

 

 미쳤어. 스가와라는 간단명료하게 세 글자로 답을 끝냈다. 오이카와의 길고 안타까운 고백에도 스가와라는 여전히 넘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작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매만지고 있었다. 대체 저 남자는 왜 넘어오지 않을까. 오이카와는 조금 울상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나랑 연애 안 해줘요? 오이카와씨 정도면 진짜 횡재인데. 내가 남자라서? 스가와라가 남자라서 그래요?”

 “당연히 그것도 있지. 그리고 너 배구 선수잖아. 것도 엄청 유망주. 나나, 연애보다는 그쪽에 집중하는 것이 어때?”


 스가와라의 말은 진심이었다. 물론 오이카와나 스가와라가 서로 남자, 동성이라는 것도 걸리긴 했다. 하지만 사실 스가와라는 동성 간의 연애에 대해 그다지 별 생각이 없었고, 주변에 몇 동성커플이 있었기 때문에 싫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것보다 더 신경 쓰였던 것은 오이카와 토오루가 배구 선수라는 것이었다. 것도 요즘 주목받는 엄청 핫한 배구선수. 그는 장래가 보장된 남자였다. 벌써부터 그가 졸업하면 데려가기 위해 스카웃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그만큼 노력하고 있었고, 실력도 뛰어났다. 그랬기에 스가와라는 더더욱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연애도, 동성커플이라는 타이틀도 언제 오이카와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스가와라는 그런 것 때문에 오이카와가 발목을 잡히지 않길 바랬다. 졸업하고 배구선수가 되면 여자들도, 간혹 남자들도 줄을 설 텐데. 대체 왜.


 “조교님이 안 그래도 엄청 집중하고 있거든요? 엄청 잘하고 있거든요? 오히려 스가와라가 내 마음을 안받아줘서 집중이 안 된다구요!”

 “핑계 대지마.”

 “핑계 아닌데! …아, 스가와라. 이렇게 할래요?”


 자연스레 부른 자신의 이름에 다시금 태클을 걸까 하다가, 오이카와의 눈을 보고 그 마음을 잠시 접기로 했다. 지금 오이카와에겐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닌 듯 했다. 오이카와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그를 보며 눈을 엄청나게 빛내고 있었다. 입 꼬리까지 끌어올려 웃고 있는 오이카와를 보며 스가와라는 그에게 물었다.


 “뭘 이렇게 해?”

 “나 이번 주 주말에 경기 있어요. 다른 학교랑 친선경기인데 거기에 오이카와씨가 선수로 나간다는 말씀!”

 “그래서?”

 

 걸렸다. 오이카와의 표정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들뜬 목소리를 최대한 억누른 채 스가와라에게 조금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거기서 이기면 나랑 데이트해요.”

 “뭐?”

 “스가와라가 있어도, 내가 잘한다는 거 보여줄게요. 오이카와씨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증명하면, 오이카와씨랑 데이트해주기. 아침부터 밤까지, 완전 하루를 통째로 나한테 주세요.”

 “오이카와. 경기에서 이기는 건 너 혼자해서 이기는 게 아니잖아. 팀이 함께해서 이기는 거지.”

 “경기 끝날 때까지, 내가 넣는 득점이 10점 이상 일 것. 추가 조건이에요. 원한다면 15점 이상도 괜찮아요. 어때요? 오이카와씨랑 내기하죠!”


 스가와라는 잠시 뜸을 들였다. 여기서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차이는 꽤나 컸다. 이것으로 앞으로의 일상이 확연히 달라질 터. 그렇기에 스가와라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그 반대는? 아직 반대조건은 제시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넣는 득점이 10점 혹은, 15점 이상 되지 않는다거나, 네 팀이 진다면?”

 “……뻔하죠. 앞으로는 대쉬하지 않을게요. 오이카와 토오루가, 깔끔하게 스가와라 코우시 포기.”

 “뭐, 좋아. 그럼 그렇게 해.”

 “너무 빨리 받아들여서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럼 이번 주말에 봐요. 경기 꼭, 잘 지켜봐요!”


 오이카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입 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너무 밝고 예뻐서 어쩐지 가슴 한켠이 근질거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가 다시 한 번 되새기듯 내기에 대해 정리해서 말하고 스가와라의 약속까지 받아내었다. 주말에 만나요! 라며 들뜬 목소리로 스가와라에게 인사하고 오이카와는 과사무실을 뛰어나갔다. 스가와라는 갑자기 진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책상 위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가 경기를 보러가기까지 앞으로 4일.

오이카와가 당당히 개인 득점 18점을 따내고, 경기에서 승리해 스가와라와의 데이트를 따내는 데까지 4일.

스가와라가 결국 항복해서 데이트 약속을 잡는 데까지 4일.

오이카와와 스가와라가 데이트하기까지 앞으로 11일.

오이카와의 끈질긴 구애 끝에 스가와라가 마음을 열기까지 앞으로.

오이카와가 스가와라를 스가쨩이라고, 스가와라가 오이카와를 토오루라고 부르기까지 앞으로.

그 둘이 비밀스러운 캠퍼스 연애를 시작하기 까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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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전력 60분, 캠퍼스로 참여했습니다.

또 지각이네요;_;

학생x학생으로 써볼까 하다가 학생x조교도 괜찮을 것 같아서..

저는 학생조교커플의 캠퍼스 연애도 참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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