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시작과 끝의 세계 -2

2016. 6. 2. 18:24썰썰썰/하이큐

[오이스가]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http://shmm.tistory.com/88 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BGM은 1편과 같은 것으로 들으면서 보시길 권장합니다. (자동재생X. 플레이버튼을 눌러주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그곳은 여전히 똑같았다. 제법 오랜 시간을 떠나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은 오이카와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여기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속해있던 팀의 감독님에게 연락을 해둔 상태였다. 그는 그의 연락을 흔쾌히 받았고, 돌아와도 좋다는 말까지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며 연락을 끊었고 그렇게 오이카와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감독님과 만나 다시 입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시 선수로 복귀하기로 그렇게 결정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감독님과 함께 팀원들이 운동하고 있을 체육관으로 향했고 그들 역시 오이카와를 환영했다. 갑작스러운 복귀소식을 접한 이와이즈미는 등짝을 휘갈기는 것으로 그의 환영을 대신했다. 모두가 에이스의 복귀를 축하하며, 잔소리를 퍼붓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행복함을 느끼며 다시금 배구선수를 시작했다.


 “스가쨩, 팀에 다시 들어와도 좋다고 감독님이 허락하셨어!”

 [정말? 잘됐다. 걱정했는데.]

 “이 오이카와씨가 누구야. 명색이 에이스라구? 에이스의 복귀는 당연히 환영이지.”

 [의기양양하기는. 지금도 에이스는 아니잖아. 전 에이스님?]

 “지금도 에이스 할 거라구. 뭐어.”

 [푸흐흐, 그래그래. 열심히 하구. 나 청소해야 하니까 이제 끊자.]


 응, 스가쨩.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어. 나 없어도 다른 놈한테 시선 돌리지 말구. 몸 조심하구. 오이카와가 쉴 새 없이 걱정을 내뱉자 스가와라는 알았다며 말을 끊었다. 목소리에 아쉬움을 가득 담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섬을 떠난 지 이틀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스가와라가 보고 싶었다. 예쁘게 자신을 보며 웃는 얼굴도, 당찬 그 목소리도, 시원한 향이 나는 그의 품도 전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그리움을 눌러 담았다. 경기에서 이겨서, 트로피를 들고 스가와라에게 돌아갈 생각이었다. 다시 자리를 잡고, 경기에서 멋지게 이기면 휴일날 당당하게 돌아가 스가와라를 만나겠노라, 오이카와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것이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었음에도 스가와라는 오이카와를 보내주었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지 못한 오이카와, 자신을 위해 스가와라는 그에게 가라고 말했다. 힘든 일이었지만 스가와라는 말해주었다. 그에 대해 오이카와는 고마웠고, 미안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열심히 해야 했다. 코우시, 조금만 기다려. 오이카와가 작게 중얼거렸다.



 ***

 “이와쨩.”

 “왜?”

 “…스가쨩이, 내 편지에 답을 안 해.”

 “아직 답을 못했다거나, 분실됐다거나, 뭐 그런 거 아냐?”

 “그래서 스가쨩한테 문자도 했는데, 답이 안와.”

 “……전화는?”

 “했어. 받았는데, 편지 아직 못 보냈데.”

 “뭐야, 그게. 그럼 된 거 아냐?”


 또 뭐가 문제야? 이와이즈미는 작게 덧붙였다. 오이카와는 매우 시무룩했다. 시무룩하다 못해 우울해 보이는 그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어딘지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 오이카와의 옆에 늘 붙어있는 이와이즈미로선 저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오이카와는 늘 그에게 연락했다. 틈만 나면 문자와 전화를 하고, 하루의 일상이 끝나면 편지를 적곤 했다. 매일 편지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 이삼일 편지를 모아서 보내기도 했다. 누군가 엄청나게 지극정성, 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열심히 스가와라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또한 스가와라의 소식을 기다렸다. 스가와라도 처음엔 열심히 답을 해주는 듯 했다. 전화를 하면 바로바로 받아주고, 그가 먼저 전화를 하기도 하고, 문자를 주고받고, 편지의 답을 주고받고. 오이카와가 첫 편지를 받았을 땐 하루 종일 싱글벙글 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틈만 나면 전화를 하던 것이 어느 새부터 인가 전화를 짧게 끝내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스가쨩이 바빠서 전화를 잘 못 받는대.’ 라는 말을 한다던가, ‘문자를 하려고 했는데 깜빡 했다나봐.’ 라거나. 아니면 ‘편지가 안 왔다던데. 분실했나봐.’ 라고 하기도 했다. 그것이 벌써 삼주. 오이카와가 시무룩해져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근데, 전화 받자마자 내가 물었거든. 편지 답을 아직 못 받았다고. 그랬더니 스가쨩이 아, 아직 답을 못했어. 그러더니 바쁘니까 끊으라는 거야! 삼주 만에 한 전화가 이게 끝이라는 게 말이 돼?!”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이와이즈미의 진지한 어조에 오이카와는 그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저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스가쨩은 알려주질 않는걸. 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의 반응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였다. 그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오이카와는 지금이라도 당장 스가와라에게 달려가고 싶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정상, 불가능했다. 스가와라가 있는 곳은 배를 타고 한참이나 나가야 하는 곳이었고, 오이카와는 지금 대회를 위해 휴일 없는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다. 예전에 배구선수를 그만두겠다며 나갔다가, 다시 기회를 얻게 된 오이카와로선 또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그로서도, 그를 받아준 감독과 팀에게도 못할 짓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쉽게 그렇다면 스가와라에게 가봐라. 라는 말을 못하고, 그저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이 말을 하지 못한 것을 나중에 후회하게 되었다.



 ***

 “……오이카와. 괜찮은 거냐?”

 “응. 오이카와씨는 괜찮아.”

 

 그날로부터 몇 달이 흘렀을까, 세달? 아니, 그 이상 지난 것 같았다. 그동안 오이카와와 스가와라에게, 정확히는 그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의 변화였는데 이것도 사실 서로 쌍방의 변화가 아닌 스가와라의 변화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다.

 몇 달 전,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와 삼주 만에 하는 전화통화가 짧았다는 둥, 시무룩했던 것 이후로 스가와라에게서의 연락은 매우 뜸했다. 아니, 거의 없었다, 라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그만큼 그에게서는 연락이 오질 않았다. 오이카와는 그에게 계속 연락했다. 편지를 보내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하지만 오이카와가 그렇게나 기다리던 편지는 결국 끝끝내 오지 않았고, 문자도 어느 샌가 답장이 오질 않아 오이카와의 일방적인 문자가 되어있었다. 전화도 가끔 받아 ‘바빠서 끊는다.’라고 일관하던 그가 어느 샌가부터 받질 않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관계정리, 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인정하지 않았다. 괜찮냐며 물어보는 이와이즈미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스가쨩이 그럴 리 없어. 방해될까봐 연락을 안하는 걸 거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트로피를 가지고 돌아갈 거라고 약속했어. 이런 말들을 하며 그는 버티고 있었다. 괜찮아. 라는 말이 어느 샌가 오이카와의 입에 붙어있었다. 마치 지금처럼.


 “정말로 괜찮은 거야? 네 실력이 엄청 늘은 것도 좋고, 네 덕분에 결승까지 오른 것도 좋은데…”

 “그럼 된 거 아냐?”

 “너, 위태로워 보여. 곧 쓰러질 것 같다고. 괜찮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할 줄 알았어?! 이 망할카와야!”


 결국 이와이즈미는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태연한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이와이즈미의 말을 듣던 오이카와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이와이즈미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이카와는 그 몇 달간 변해있었다. 스가와라와의 짧은 통화에 시무룩하던 그 날 이후, 약 한 달 정도가 흘렀을 때부터 오이카와는 변하기 시작했다. 스가와라의 연락은 점점 뜸해져가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오이카와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던가, 성격이 비뚤어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운동에 몰두했고 매진했다. 그것에 전부를 걸었다는 듯 그렇게 미친 듯이 운동만 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자신의 천재후배인 카게야마를 만나고, 거대한 벽이었던 우시지마를 만났을 때보다 더, 더욱 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고, 연습했다. 스가와라에 대한 언급도 일절하지 않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에게 먼저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는 일도 없어졌다. 처음엔 둘이 완전히 끝난 줄 알았다. 이와이즈미를 포함해서 전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당히 하라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가 열심히 해야 우승하지. 트로피 들고 스가쨩한테 갈 거야. 라는 말을 했을 때 이와이즈미는 알 수 있었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놓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거나, 일방적인 연락을 하는 대신 자신의 실력을 쌓아 우승해서 직접 찾아가는 쪽을 선택한 듯 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위태로웠다.


 “이와쨩.”

 “왜.”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스가쨩이 전화도 안 받고, 편지랑 문자 답도 안 해. 근데, 지금은 갈 수가 없어. 가버리면, 나를 다시 받아준 감독님과 팀원들 얼굴은 어떻게 봐? 나를 보내준 스가쨩에게 뭐라고 해? 힘들게 보내준 스가쨩한테, 네가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와 버렸어. 하고 말해?”

“…….”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야. 열심히,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우승하는 것. 그래서 그 트로피를 안고 스가쨩에게 갈 거야. 스가쨩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오이카와씨가 이렇게 열심히 했다고, 보여줄 거야.”


 오이카와의 표정은 어느새 진지하게 변해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깨달았다. 지금으로선 오이카와를 변하게 할 수 없다고. 중학교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스가와라 뿐이라고. 감독의 부름에 코트로 향하는 오이카와의 뒷모습을 보며 이와이즈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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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는데...
일단 너무 길어져서 잘랐습니다..(주르륵

3편으로 꼭..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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