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7. 04:12ㆍ썰썰썰/프랑켄슈타인
(생략)
나는 어느 샌가 울고 있었다. 어미를 잃은 어린아이마냥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닦을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오로지 머릿속은 앙리로 뒤덮여 있었다.
—너와 함께 꿈꿀 수 있으면, 그걸로 괜찮아. 죽어도 좋아. 내 꿈이 곧 네 꿈이니까. 네 꿈속에서라도 살 수 있다면, 난 정말로 행복해. 그러니까, …가라.
—앙리 뒤프레, 나와.
철창문이 열렸다. 병사들이 나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아무리 버둥거리고, 손을 뻗어도 앙리에게 닿지 않았다. 앙리는 그저 웃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그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날 보고 있었다. 담담하게 병사의 앞으로 걸어갔다. 앙리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안돼, 안돼. 앙리. 사실대로 얘기해. 네가 죽이지 않았다고! 아냐, 제발 사실대로 얘기해…!!!
—……고마워. …친구.
* * *
“—안돼!!!”
조용하던 저택에 빅터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비명소리와 함께 상체를 일으킨 빅터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몸과 얼굴은 온통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심장소리가 귀에 울릴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빅터는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아픔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감당하기엔 이 아픔이 너무나도 컸다.
잠시 그렇게 숨을 몰아쉬던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발을 침대 밑으로 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억지로 힘을 짜내어 몸을 지탱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마에서 땀이 떨어져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으며 빅터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을 나섰다.
그가 힘겹게 걸어가 도착한 곳은 그의 서재였다. 자신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그 곳에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앙리가 죽고 난 후에는 줄곧 실험실에만 쳐박혀있었기 때문에 서재에 들어갈 일이 없었다. 물론, 그것은 줄리아와 결혼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낯설게 느껴지는 자신의 서재를 한번 둘러보던 빅터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바닥에 천천히 무릎을 내리고 책상 밑에 딸린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는 낡아서 닳아버린 종이만 하나 들어있었다. 빅터의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에는 앙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의 앙리는 따스하게 웃고 있었다. 늘 보던, 그리고 평생 볼 것만 같았던 그 햇빛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빅터는 그 그림을 품 안에 안았다.
“…앙리…. 대체, 왜 그런 거야. 왜 그랬어…. 나는 네가 없었기 때문에 실험에 실패하고 말았어. 그것은, 네가 아니잖아. 앙리… 난 네가 필요해.”
-공백포함 3741 자
-공백제외 2816 자
-------------------------------------
악몽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첫번째는 괴물편이고, 두번째는 빅터편. 그리고 마지막은 외전격으로 앙리편이 될 것 같습니다.
펭님이랑 연성교환을 약속한 것이기때문에 전문은 펭에게 주고
일부만 올립니다.
'썰썰썰 > 프랑켄슈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켄슈타인/빅터앙리]새장 속 태양 (0) | 2014.07.25 |
---|---|
[프랑켄슈타인/앙리] 악몽, 마지막. (0) | 2014.05.28 |
[프랑켄슈타인] nine point eight (0) | 2014.05.26 |
[프랑켄슈타인/괴물빅터] 악몽1 (0) | 2014.05.26 |
[프랑켄슈타인/괴물빅터] 당신에게. (0) | 2014.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