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nine point eight

2014. 5. 26. 05:13썰썰썰/프랑켄슈타인

(*스포일러주의)

(*사망소재주의)

 

*BGM : (Deemo테마곡) Mili - nine point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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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극으로 갈 것이다.

—…그 곳의 가장 높은 곳에서 널 기다리겠다.

—빅터…프랑켄 슈타인…….

 

낮다못해 바닥을 긁는 것 같은 목소리가 빅터의 머릿속을 계속 울려댔다. 지독한 울림에도 빅터는 고개를 젓는다거나 머리를 때린다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소리 하나하나를 전부 기억하겠다는 듯 오히려 일부러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었다.

괴물은 자신에게 복수하겠다고 했다. 분명, 바로 죽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괴물은 빅터를 단번에 죽이지 않았다. 괴물은 보란듯 빅터의 주변사람들을 하나, 둘씩 사라지게 하고 있었다. 결국 빅터의 곁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괴물 단 한사람뿐이었다. 빅터가 그렇게 저주하고, 분노했던 괴물, 단 한사람만이 빅터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

그 사실에 기쁘면서도 분노했다. 슬프면서도 안도했다. 고통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무서우면서도 애처로웠다. 이 형용할 수 없는 뒤엉킨 감정에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것도 복수라면 복수겠군. 그 것도 이제 곧 끝나겠지만.”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그의 방안을 낮게 울렸다. 빅터는 의자에 기대어있던 몸을 일으켰다. 구석에 박혀있던 낡은 가방을 꺼내어 들어 이것저것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의 입은 일자로 굳게 다물려있었다. 눈에는 결의와 함께 형용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여전히 뒤엉켜져 있었다.

 

 

* * *

 

“…허억, 허억…….”

 

북극의 바람은 매서웠다. 온통 빙하와 눈으로 뒤덮혀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신의 노여움을 사면 이렇게 되는 걸까? 마치 신이 노여워한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날카로운 바람에 살이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한걸음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것 마냥 무거웠다.

 

“…으윽, 젠장.”

 

입에서는 신음소리만이 흘러나왔다.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빅터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고통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만을 연발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걸어야하는 걸까. 너는 대체 어디있는 것이냐.

빅터는 결국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힘이 전부 빠진 듯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그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빅터의 몸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무언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몸을 낮췄다. 손을 뻗어 빅터를 안았다. 그리고 귀를 그의 심장에 갖다대었다. 마치, 어미의 심장소리를 듣는 어린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그 무언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으윽…!”

“이, 괴물자식…!”

“빅터… 프랑켄슈타인….”

 

빅터의 손에서 은빛의 무언가가 반짝, 하고 빛났다. 괴물의 배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하얀 눈 위로 검붉은 자국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괴물은 잠시 손을 갖대댔을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상처에 꽤 담담한 표정이었다. 빅터는 그런 괴물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칼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괴물이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칼을 쥐고 있는 손을 폈다. 힘을 주고 있는 손이 억지로 펴졌다. 칼을 뺏기지 않으려 힘을 주었으나 그에게 이기기란 역시나 무리였다. 손쉽게 칼이 괴물의 손으로 들어갔다. 괴물은 망설임없이 빅터의 허벅지에 칼을 꽂았다. 순간 거센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으, 으아아악!!”

“…….”

 

빅터의 비명에도 괴물은 그저 무덤덤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빅터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를 악물고 칼을 뽑아내었다. 지혈하지 않은 허벅지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괴물의 피로 이미 붉어진 하얀 눈은 또다시 빅터의 피로 뒤덮혀졌다. 빅터는 거칠게 숨소리를 내며 품 속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장전을 하고 괴물을 향해 쏘려는 순간, 괴물의 눈이 번뜩였다.

매서운 바람에 눈앞이 잘 안보이는데도 괴물은 빠르게 빅터를 덮쳤다. 둘은 엎어지고 총은 저 멀리 굴러갔다. 빅터는 어떻게서든 괴물에게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쳤다. 괴물의 힘은 강했다. 확실히 인간과는 다른 힘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그 것이 창조주로서의 마지막역할이자, 자신의 복수였다.

빅터는 괴물의 배를 강하게 걷어찼다. 빅터의 위에 있던 괴물은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나동그라졌다. 겨우 힘을 짜내어 저 멀리 떨어진 총에게 달려갔다.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가면…!

 

“…으윽…!”

“…….”

 

언제 온 것인지 괴물은 빅터의 앞에 있었다. 총을 잡으려던 빅터의 손을 걷어차고 총을 집어들었다. 빅터의 눈엔 순간 절망으로 가득채워졌다. 손이 걷어차이고, 총을 뺏기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빅터는 주저앉은 채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괴물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괴물은 자신이 들고 있는 총으로 빅터를 쏘지 않았다. 그저 손에 쥐고 빅터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 시선엔 안타까움과 외로움, 원망같은 감정들이 엉켜있었다. 괴물이 태어났을 때부터 쌓아둔 감정들은 이미 넘쳐흘러 괴물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어두컴컴하게 끈적거리는 감정들을 계속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내렸다. 그러자 괴물이 손을 뻗었다. 총이 빅터의 눈앞에 다가왔다. 빅터는 그 순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총을 받고 그를 향해 쏘았다.

한 발의 총성이 북극 전체를 울렸다. 검붉은 피가 빅터의 얼굴과 옷자락으로 튀었다. 괴물이 천천히 그의 앞에 쓰러졌다. 그의 몸도 그가 쓰러져있는 눈처럼 온통 검붉은 피투성이었다. 괴물은 힘겹게 눈을 뜨고 있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웅얼거리고 있었다. 빅터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빅터. 지금 네 다리로는… 이 북극을, 빠져나갈 수 없다.”

“…….”

“너는, 곳에서… 혼자가 된 것이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혼자야. 혼자가… 되는 것. 그 것이… 내… 복수야….”

 

괴물의 말이 조금씩 느려지더니 말을 마치자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괴물의 눈꺼풀이 힘없이 스르르 감겼다. 더 이상 그의 심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로, 괴물이 죽은 것이다.

 

“…아…아아아… 아,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멍하니 그 것을 바라보던 빅터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 대고 있어도 심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괴물은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았다. 빅터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 웃고 있었으나 표정은 우는 듯 기괴하게 일그러져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괴물이 죽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분명 그를 죽이리라 다짐하고 오로지 괴물만을 쫓았다. 3년전에 괴물이 사라졌을 때부터 줄리아와 결혼을 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도 괴물만을 쫓았다. 그리고 괴물이 드디어 죽었다. 빅터는 기뻐야했다. 기뻐해야했다. 설령 한쪽다리를 쓰기가 어렵다고해도, 어떻게해서든 빠져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괴물이 죽은 것도 확인했으니 시체따위 버리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괴물이 죽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번 흐른 눈물은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 쉴새없이 흘렀다. 억지로 웃어도 가슴이 아팠다. 그저고통스러웠다. 그 뿐이었다. 대체, 나는 무얼 위해 괴물을 죽인 것이지?

 

“…앙리. 말해줘. 대답해줘. 제발… 제발….”

 

고통스럽게 말을 내뱉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릴 리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괴물이 일어나길 바랬다. 엄청난 슬픔과 고통으로 감정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이것은 창조주로서 피조물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인가. 아니면 앙리의 친구로서 앙리가 다시한번 죽은 것같이 느껴지는 것일까. 빅터는 혼란스러웠다.

너무 울었는지 더 이상 빅터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없이 끄윽끄윽,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빅터는 누워있는 괴물을 쳐다보았다. 괴물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해보였다. 어찌보면 미소짓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행복한가. 복수에 성공해서?

 

“…아니. 이럴 수는 없어.”

 

빅터는 괴물의 몸에 손을 뻗었다. 그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북극의 바람은 괴물의 온도를 식히기에는 충분했던 건지 몸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어있었다. 그 온도가 전해져 빅터의 몸도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었다. 힘없이 쳐지는 괴물의 몸을 안아들었다. 빅터는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 말 없이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바람이 점점 더 거세졌지만 빅터는 묵묵히 걷고 있었다. 이내 꼭대기에 다다르자, 바람도 불지 않는 고요함만이 그를 감쌌다. 밑엔 끝이 보이지 않은 바다가 있었다.

 

“…너는 복수가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

“…….”

“내가 혼자라고? 아니야. 천만에. 나는 혼자가 아니야. 아직, 아직 네가 이렇게 내 옆에 있잖아.”

“…….”

“너는 복수에 성공한 것이 아니야. 내가 혼자가 되는 것이 복수라고? 웃기지마.”

 

빅터는 괴물을 고쳐안았다. 낭떠러지 앞으로 한발자국 더 다가섰다. 앞으로 한발자국만 더 가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그럼에도 빅터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괴물은 힘없이 그에게 안겨있었다. 여전히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내가 혼자가 되는 것이, 네 복수라면. 나는 그 복수를 실패로 만들거다. …너와 함께 갈거니까. 이것으로 네 복수는 실패야. 괴물.”

 

—지옥에서 보자.

빅터는 괴물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 말에는 강한 슬픔과 동정이 함께 담겨있었다.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괴물과 함께 빅터의 몸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중력가속도 9.8. 세상 모든 것들이 그 속도를 따르듯 빅터와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들과 다를바없이 그렇게 떨어져갔다. 빅터가 괴물의 몸을 세게 끌어안았다.

이윽고, 바닷물이 크게 흔들렸다. 서서히, 서서히 그 들의 몸이 가라앉았다. 어두운 바다가 그 들을 삼키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잔잔하게 흘러갔다. 단지, 거센 바람만이 불뿐이었다.

 

그 들이 떨어진 곳에는 낡은 노트가 한 권 떨어져있었다. 헤질대로 헤진 갈색의 가죽커버가 씌워진 노트였다. 바람이 불었다.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한 노트는 활짝 펼쳐졌다. 종이들이 빠르게 넘어갔다. 펼쳐진 노트는 어느샌가 마지막장에 펼쳐져있었다. 그 종이에는 붉은색으로 된 글씨가 써져있었다. 노트의 주인은 잉크를 말리지도 못하고 노트를 덮은 건지 심하게 번져있었다.

 

—나, 빅터 …은 마지막 …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한다. 내가, 창ㅈ…로서 …에게 해줄 수 …것은… …이기 때문이다. …리. 미안해.

 

 

 

-공백포함 5238 자

-공백제외 3891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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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mo에서 유명한 곡인 nine point eight을 테마로 한 엔딩..날조...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결말이 오픈엔딩이라... 이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써봤습니다.

하하 역시..저란사람.. 끝까지 어두운 사람... 사망소재도 때에 따라 꽤 좋아합니다..

디모의 곡인 nine point eight은 꽤 좋아하는 곡이에요. 멜로디나 목소리도 좋고,

가사도 꽤 취향이여서 늘 게임을 하면 이 곡만 하게 되더라구요.

한번쯤 들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쯤 이 곡을 컨셉으로 써보고 싶었는데 결국 프랑켄슈타인으로 쓰게 되네요.